<비디오톱>톰 클랜시의 "긴급명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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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첨단 무기의 가공할 위력과 정보 기관의 박진감넘치는 활약상을주제로 하는 「테크노 스릴러 소설」의 대가 톰 클랜시의 열풍이비디오가에 또다시 불기 시작했다.
소련 핵잠수함의 미국 망명을 다룬 『붉은 10월』과 테러리스트로부터 가족을 지키려는 전직 CIA요원의 사투를 그린 『패트리어트 게임』이 큰 인기를 모은데 이어 그의 89년 소설을 영화화한 『긴급 명령』이 새로 선보인 것.소설은 세 편 모두 주인공이 잭 라이언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긴급 명령』은 지난해 8월 미국 개봉직후 『포레스트 검프』와 『트루 라이즈』를 누르고 1위를 기록했으며 최근 미국 비디오 대여순위 1위를기록하고 있는 박진감넘치는 액션물이다 .
해리슨 포드가 전편에 이어 세번째 소설의 주인공 잭 라이언역을 맡아 투철한 정의감과 가족에 대한 사랑을 지닌,예기치못한 상황을 다이내믹하게 해결하는 이상적 미국인상을 잘 그려낸다.
원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Clear & Present Danger)』은 「미국 국가안보에 대해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 상황을 제외하고는 어떤 군사력도 쓸 수 없다」는 법조문에서따온 것.영화속 미국대통령은 마약과 마약조직이 「현존하는 위험」이라고 천명한뒤 군사행동을 지원하지만,군사력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려는 부패한 권력기관이야말로 진짜 현존하는 위험이라는 것을보여주고 있다.
영화는 살해당한 미국 대통령의 친구 하딘이 콜롬비아 마약대부에스코베도와 거래,거액을 챙겼음이 밝혀지면서 시작된다.
대통령의 진노를 감지한 안보담당관은 CIA부국장을 시켜 미군저격수들을 극비리에 콜롬비아로 투입,미사일까지 동원한 무차별 살상을 저지르게한다.그것은 불법 테러행위로 백악관과 CIA는 사태가 커지자 파견했던 미군들에 대한 지원을 중 단,마약범들에게 죽게 만들고 이 사실을 알아낸 주인공이 살아남은 미군들을 구출한뒤 국회 증언대에 선다는 줄거리.
클랜시의 첨단 무기에 대한 박학다식함이 전편에 이어 유감없이나타나고 있다.무선전화를 도청하는 장비,목소리만으로 인적사항을유추.분석해내는 첨단 소노그래프,파편을 남기지 않는 종이 폭탄등이 그런 것들이다.
『긴급 명령』은 소위 「시적 정의(poetic justice)」라는 것을 그려내고 있다.좋은 사람이 승리하고 악당이 벌을받는다는 명제는 현실에서 항상 이루어질순 없지만 사람들은 내면적으로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는 것이 다.
사실 거대한 조직의 유혹과 압력에 홀로 당당히 맞설 수 있는사람의 존재를 기대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자네의 공무원 맹세는 대통령에게 한 것이 아니라 진정한 보스인 국민에게 한 것임을 잊지 말라』는 상관의 조언을 되새기며 증인 선서를 하는 해리슨 포드의 신념에 찬 표정을 보노라면 머리속과 뱃속이 동시에 후련해진다.
鄭亨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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