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특검 한 달 … 설 연휴에도 압수수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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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조준웅 특별검사팀의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에 대한 수사가 9일로 시작한 지 한 달째가 됐다. 지난달 10일 출범한 특검 수사는 그동안 압수수색과 차명 의심 계좌 추적에 집중됐다.

특검팀은 설 연휴 기간인 8일에도 삼성증권 수서 전산센터와 경기도 과천시의 삼성SDS e데이터센터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차명 의심 계좌와 관련된 자금 흐름을 추적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실무자들이 출근하지 않아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남은 수사 기간 중(최장 75일)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의혹에 대한 수사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설 연휴가 지난 뒤에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고발인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지금까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 사채(BW) 발행 의혹, 삼성 계열사의 e삼성 주식 매입 의혹,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발행 의혹 사건에 관여한 실무자들을 조사해 왔다. 기초 조사가 끝나는 대로 경영권 승계 과정에 관여한 핵심 인사들에 대한 소환 조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의 정·관계 인사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도 조만간 착수할 전망이다. 하지만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 외엔 이를 뒷받침할 만한 물증을 확보하지 못해 조사 대상과 방식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특검팀은 그동안 김 변호사의 폭로를 뒷받침할 만한 물증을 확보하는 데 주력해 왔다. 단서가 있을 만한 곳은 거의 대부분 압수수색을 벌였다.

출범 4일 만인 지난달 14일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집무실인 승지원과 이학수 부회장 등 삼성그룹 전략기획실 임원들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삼성그룹의 고가 미술품 구매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경기도 용인시의 삼성문화재단 예술품 수장고를 뒤지기도 했다.

특검팀은 김 변호사가 비자금으로 샀다고 지목한 미술품은 아직 한 점도 찾지 못했다. 그러나 보관 중인 미술품을 하나하나 확인해 구입 경위와 자금 출처를 조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삼성증권에 개설된 차명 의심 계좌와 관련, 삼성그룹 계열사 전·현직 임원 20여 명을 불러 조사했다. 대부분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옛 구조조정본부)이나 주요 계열사에서 재무·기획 등의 요직에 있던 핵심 인원들이다. 실무자급도 20여 명이 소환됐다.

특검팀은 일부 임원으로부터 “차명계좌가 맞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 관계자는 “조사 대상자가 200여 명에 달해 앞으로도 추가 소환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현·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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