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유엔활동 왜 강화하나-국제사회 영향력 확대의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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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세계화」가 외교적으로 구체적인 형태를띠고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이제「우물안 개구리」를 벗어나 한국정부가 국제사회의 주요 일원다운 역할을 나가겠다는 의지와 실천을 밝히고 있다.
그 하나가 우리정부가 유엔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문제다.
정부는 유엔의 요청이 있을 경우 파병도 가능한한 긍정적으로 검토키로 했다.분쟁지역에서 활동중인 유엔평화유지군(PKF)의 일원이 되는데 주저하지 않겠다는 얘기다.물론 인명피해 위험이 높은 지역에 대해서는 신중을 기한다는 입장이다.
金대통령은 20일 방한중인 아마라 에시 제49차 유엔총회의장을 만나『유엔평화유지활동(PKO)을 비롯한 각종 유엔활동에 적극 기여하겠다』고 밝혔다.金대통령은 유럽순방중이던 지난 10일페루등 13개국 정상을 초청,만찬을 베푼 자리에 서도 이같은 입장을 자신있게 천명했다.
金대통령은 실제로 내전중인 앙골라지역에 대한 건설공병 파견을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국방부는 당초 파병에 회의적이었으나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방침을 바꿨다.그래서 우선파병을 위한 답사반을 내달중 앙골라 현지에 파 견하기로 했다.
정부가 이처럼 유엔 활동에 적극 참여하기로 한 까닭은 우리 경제력에 상응하는 국제적 지위를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국제사회에서 우리 위상을 한층 높이기 위해서는 국부(國富)에 걸맞은 기여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金대통령이사회개발정상회의에서 국제기구 분담금과 개발국에 대한 정부원조를늘리겠다고 밝힌 것도,우리정부가 유엔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에적극적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우리가 유엔 활동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은 냉전종식 이후 유 엔이 사실상 국제문제를 완전하게 수렴하는 기관으로 격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냉전시대에는 美.蘇의 대립으로 그 역할이 형식적인 것이었으나 이제는 미국조차국제문제는 유엔이라는 기구를 통해 해결한다고 설정해놓고 있기 때문이다.우리가 유엔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만큼 간접적인 반대급부가 돌아온다는 국익차원의 판단도 있다.
대외무역 역시 그나라의 국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한계가 있기때문이다.우리는 그동안의 유엔 활동에서 상당히 좋은 인상을 남겼다는게 유엔의 평가다.소말리아에서 PKO를 성공적으로 완수했고 현재 서부사하라(국군 의료지원단 42명).그 루지야(군 옵서버 6명).인도와 파키스탄(군 옵서버 5명)등지의 PKO에서도 좋은 평판을 듣고 있다.
그래서 유엔은 다른 분쟁지역의 PKO에도 참여해 달라고 자꾸요청하고 있다.앙골라 뿐 아니라 아프리카 모잠비크와 중미(中美)의 아이티에도 PKO를 위한 한국군파병을 요청했다.정부는 물론 모잠비크와 아이티에 대해서는 파병이 어렵다고 통보했다.분쟁이 치열해 위험도가 매우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정부는 그러나 인명살상 위험이 적은 지역이나 큰 인명피해가 없는 활동의 경우 파병에 인색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유엔이 앙골라에 지뢰제거등의 임무를 맡을 전투보병 파병을 요청했으나 건설공병을 보내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이밖에도 사회개발등 다른 유엔 활동에 대해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로 했다.金대통령이 밝힌대로 돈을 많이 쓰겠다는 얘기다.그러나 그 형식이 과거의 식민지 종주국이나 강대국의 자세가 아니라 같은 어려움을 겪었던 개발국이었 으나 이제는한걸음 앞서가는 국가로서 개발의 경험과 열매를 나눈다는 입장이므로 협력의 차원이 훨씬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李相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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