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디치 세르비아 대통령 재선 … 친서방 노선 힘 받겠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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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칸반도의 화약고’로 불리는 세르비아 대선 결선 투표에서 친서방 성향의 개혁주의자 보리스 타디치 현 대통령(50·사진)이 승리했다고 AFP 등 외신이 4일 보도했다.

세르비아 선관위의 잡정 집계 결과 타디치 대통령은 51%의 득표율을 기록해 48%를 얻은 친러시아 성향의 민족주의자 토미슬라브 니콜리치 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공식적인 최종 대선 결과는 7일 발표된다. 지난달 20일 치러진 1차 투표에선 두 후보 모두 과반수 득표를 못해 3일 2차 결선 투표가 치러졌다.

세르비아의 유럽연합(EU)·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추진해 온 타디치의 재선으로 세르비아의 친서방 노선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그는 세르비아로부터 독립을 요구하고 있는 코소보 문제에 대해서도 서방과 협력할 방침이다.

타디치 대통령은 공산주의 시절 반체제 운동가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그는 1990년 친서방 성향의 민주당(DS)에 가입, 극단적인 민족주의로 알바니아계 주민 학살을 자행하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의 독재에 대항하는 투쟁을 벌였다. 2003년 민주당의 조란 진지치 당수가 암살당하자 당 대표직을 맡아 민주주의 세력의 기수로 부상했다.

◇"우리는 유럽으로 간다”=2004년 대선에서 친서방 노선과 외자유치를 기치로 권좌에 오른 타디치는 “세르비아의 미래는 유럽 안에서만 찾을 수 있다”며 두 번째 임기 내에는 EU에 가입하겠다고 밝혀 왔다. 대선 구호도 ‘힘을 합쳐 유럽으로 들어가자’였다. 91년 옛 유고 연방에서 독립한 뒤 EU·나토 가입(2004년)을 통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이웃 슬로베니아의 모델을 따르겠다는 것이다. 슬로베니아가 순회의장국을 맡고 있는 EU는 이날 즉각 타디치의 당선을 축하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반면 니콜리치는 러시아와의 협력 강화를 강조해 왔다. 두 나라의 인종(슬라브족)과 종교(그리스 정교)가 같은 데다 러시아가 코소보 독립 문제에서 세르비아 입장을 적극 옹호하고 있다는 실리적 이유에서였다.

◇코소보 독립 문제=코소보 문제는 세르비아의 가장 큰 골칫거리다. 이번 대선에서도 EU 가입과 함께 최대 이슈였다. 세르비아는 기독교도인 슬라브인들이 통치하고 있지만, 세르비아 자치주인 코소보는 이슬람교를 믿는 알바니아계 주민이 다수다. 그래서 코소보 주민들은 90년대 초반부터 세르비아로부터의 분리 독립을 추진해 왔다. 90년대 말엔 무장 독립 투쟁에 나선 알바니아인들을 세르비아군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인종학살이 자행되기도 했다. 미국과 유럽은 코소보 독립을 지지하는 반면 러시아는 반대하는 등 국제사회도 양분돼 있다.

타디치와 니콜리치는 모두 코소보 독립에 반대 입장이다. 다만 니콜리치는 독립을 막기 위해 전쟁도 불사한다는 강경 입장인 반면 타디치는 독립 저지를 위해 무력을 사용해선 안 된다는 온건한 입장을 취해 왔다. 타디치가 재선함에 따라 코소보 지도부도 다소 유연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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