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꿈나무 육성 외면하는 육상연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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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한국마라톤 수준은 굳이 황영조(黃永祚)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세계 정상권이다.
보스턴마라톤뿐 아니라 다른 주요 마라톤대회에서 한국선수들을 초청하기 위해 관계자들이 자주 한국을 찾고 있으며 실제로 한국마라토너들은 이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기록과 성적을 내 대회를 빛내왔다.
그러나 이번 경호역전마라톤을 취재하면서 기자는 묘한 감정을 떨칠 수가 없다.꿈나무 발굴을 위해 애쓰는 시.도연맹의 자세와이들이 길러 내놓은 선수들을 육성할 책임을 맡고 있는 대한육상경기연맹 집행부의 자세가 너무 판이하기 때문이다 .
굳이 일본이나 외국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성인 마라토너들은 역전경주를 통해 발굴된다.역전경주에서 두각을 나타낸 선수들이 대학과 실업팀에 입단하면서 체계적 조련을 받아 대선수로 성장한다. 황영조.김완기.김재룡.이봉주등 대선수들이 역전경주를 통해발굴되고 길러졌다.
그러나 우리의 역전경주대회에서는 반대현상이 벌어지고 있어 의아하다.각 시.도연맹은 고생만 하고 대한육련은 선수발굴보다는「길러놓은 열매만 따먹으려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출전 시.도 회장단및 임원들은 여관방에서 피곤한 몸을 달래며 선수들과 동고동락하고 있다.이들이 역전경주에서 부와명예를 탐해 이같은 고생을 자초하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대한육상연맹은 대회 닷새동안 회장은 물론 부회장 4명중 단 한사람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어 크게 대조적이다.때문에 이들을 싸잡아『생색나는 자리만 찾아다닌다』고 비난하는 시.도임원들이 많다.
마라톤 꿈나무들이 역경 속에서 선전하는 모습은 육상인들로선 아무리 보아도 싫증나지 않고 아름다운 장면일 것이다.
육상연맹은 황영조.김재룡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어린 묘목들을 보살피는데 좀더 애정을 보여야 할 때다.
申東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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