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연극배우 윤석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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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부드러운 여자 윤석화(39).
그가 긴 겨울잠을 깨고 봄날 화려한 외출에 나섰다.나들이 나선 곳은 신촌 산울림소극장 개관10주년 기념공연의 하나인 『딸에게 보내는 편지』.16일부터 시작된 이 작품에서 그는 유난히봄철에 강한 스타답게 서서히 동면에 든 연극계를 깨우고 있다.
『딸에게…』는 3년전 이맘때 바로 산울림소극장에 올려졌던 그의 두번째 1인극.그해 연말까지 연장을 거듭하며 숱한 화제를 뿌렸던 작품으로 「윤석화의 연극에는 불황이 없다」는 신화를 만들어 냈다.
영국 극작가 아널드 웨스커 원작을 세계 초연작품으로 국내에 올리자마자 공전의 히트를 기록,원작자마저 놀라게 했던 작품.35세의 밤무대 여가수가 젖망울이 막 커져가면서 가슴이 아프다고호소하는 11세의 딸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여자로 서 알아야 할것들을 충고하는 내용이다.
1인극인 만큼 극적인 구성은 없다.따라서 전적으로 출연배우 한사람의 역량에 의존해야만 한다.「노래할 수 있는 여배우를 위한 노래가 있는 다섯대목 연극」이란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바로 윤석화 같은 전천후 연극배우를 위한 연극이다.
그는 이 연극에서 『자장가』『어디서 왔을까』등 다섯곡의 노래를 부른다.이 노래들은 그가 직접 노랫말을 지었고,익히 알려진조동진.박인영등이 작곡했다.
『다시 올려지는 무대라고 하지만 더욱 새롭게 느껴집니다.여성으로서의 삶,인간으로서의 절대적 가치를 이 작품을 통해 다시한번 확인하고자 합니다.』 3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그도 많이 변했다.언제나 싱글로 있을 것만 같던 그가 지난해 5월 하버드大경영학박사 출신의 김석기씨와 결혼했다.그의 개인적 변화가 이번작품에서 어떻게 변조(變調)될지 궁금하다.
그는 빼어난 미인도 아니다.목소리도 허스키다.그러나 프로근성으로 무장한 개성으로 승부하는 「부드럽지만은 않은 여자」다.미모보다 개성을 중시하는 요즘세대들을 볼때 어쩌면 「아그네스」윤석화는 이미 20년전부터 신세대였는지 모른다.
글 李順男기자.사진 吳東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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