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개혁에바란다>1.자율 바탕으로 창조력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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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중병에 걸린 우리 교육을 살리기 위한 교육개혁안 발표가 임박했다.입시준비 교육에 발목이 잡혀 미래 사회 국제경쟁에 대응하지 못하고 황폐화한 우리 교육에 대한 긴급 처방이 내려진다.中央日報는 바람직한 교육개혁안 마련을 위해 전문가 연속 제언을 싣는다. [편집자註] 「한국병」중에서도 교육은 사회 어느곳보다도 더 심한 중병이 걸려있고 그 상황이 위급해 우선적인 처치가필요하다고 보는 것이 국민 일반의 생각이다.그래서인지 대통령은선거 구호로『교육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교육은 백년대계이고,교육에 관한한 모든 국민을 만족시킬수 있는 개혁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국민들은 대통령의 획기적인 교육개혁안이 나오길 바라고 있다.
그러면 이 중병에 걸려있는 교육의 병을 고치기 위해 어디서부터 개혁의 메스를 대야 할 것인가.교육의 병에 관한 그동안 교육부의 진단은 비교적 정확했고 그에 대한 처방의 방향도 옳게 시작되었다고 여겨진다.대학의 정원,졸업학점,학기의 다양화등 대학교육을 점차적으로 대학 자체에 맡긴다는 것,교사양성 제도를 다양화하고,감독 위주의 장학제도를 없애고 학교장에게 학교 운영의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하며,교육과정 운영도 학교에 맡기고 교과서도 점차적으로 자유시장 경쟁에 맡 기며,학교에 따라 주5일제 수업도 권장한다는 것등이다.
교육부의 이러한 일련의 조치속에는 자율성이란 일관된 기본정신이 들어 있으며,이는 세계화에 걸맞은 교육개혁의 시작이며 바탕이다. 한국병,특히 교육의 병은 일제의 잔재와 군사독재로 이어지는 권위주의에서 비롯되었다.권위주의에서의 교육은 통제.지시를통한 획일적인 교육 결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모든 사람을 표준에 맞는,틀에 맞는,자기들의 기호에 맞는 인간으로 만 들어내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제 다양한 인간,창의력을 가진 인간의 양성이 교육의 지상목표가 되어야 한다.따라서 교육의 개혁은 지시.통제의 교육에서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자율적인 교육에로의 전환을 가져오는데 목적을 두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교육만큼 자율이 필요한 곳도 없다.자유경쟁 사회에서의 교육의 지상목표는 창의력의 계발과 신장에 있으며 이러한 교육은 오직 자율적인 환경에서만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화니,세계화니 하는 무한경쟁속에서 살아남기 위 해서는 새로운 아이디어 경쟁에서 이기는 길 뿐이다.
일선 학교장에게 자율권을 주겠다고 하니 반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크게 들린다.「능력이 없는 일선 학교에 자율권을 주면 혼란만 올 것이다」는 주장이 겉으로 나타나는 반대의 목소리다.
그들의 말대로 일선 학교장의 자율적 능력이 없다고 하자.그렇다고 언제까지 지시.통제만 할 것인가.그들에게 그런 능력이 없으면 그런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도 그들에게 자율권을 행사하도록 기회를 주어야 하겠다.일선 학교에 창의력.자율적 능력을 주기 위해서는 시행착오속에서 오는 일시적 혼란을 감수할 용기가 있어야 하겠다.
창의성과 창의력은 그 심리적 속성상 획일성과 정반대되는 개념이다.따라서 창의력은 획일성을 낳는 통제와 지시,명령속에서는 자랄 수 없는 특성을 갖고 있다.창의성은 자율적 환경속에서 자라난다. 우리 교육행정에는 정책은 없고 규정만 있는것 같다.선진 외국의 행정은 정책만 주어지고 규정은 융통성 있게 해놓은 것이 보통이다.시행방법(규정)은 기본정신(정책)을 살릴 수 있도록 실행자에게 맡겨두어야 한다.
교육부에서 명령을 받은 교육청,교육청에서 지시를 받는 학교,학교장에게서 지시를 받는 교사,교사의 지시를 받는 교실,똑같은교과서,같은 시간표,같은 내용의 교사 목소리….전국의 교실상황이 똑같은 교육에서,이러한 교육 환경에서 어떻게 세계와 경쟁해나갈 수 있는 아이디어맨을 기를 수 있을 것인가.
학교교육은 사회의 공익을 위한다는 면에서 규범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다.그러나 이런 특성이 상부의 명령과 지시.통제를 합리화할 수는 없다.우리는 너무나 오랫동안 지시.통제.명령에 익숙해져 있다.
많은 사람들이 교육개혁을 바라면서도 일선학교에 최대한 자유를부여하는 조치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이러한 조치가「너무 급진적이다」는 사람도 있다.그러나 개혁을 필요로 하는 우리의 교육 현실은 그렇게 한가하지만은 않다.한 시대의,그리고 소수집단의 이익을 대가로 지불하더라도 미래지향적인,백년대계의 교육 터전을 마련하는 교육개혁이 이뤄지길 바란다.
▲서울대 교육학과 졸업▲美아이오와대 교육학박사▲美메릴랜드교육청 수석연구원▲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梨大부국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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