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 적은 ‘빙장’ 허용 법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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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시대가 바뀌었다고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매장 위주의 장묘 문화를 갖고 있다. 대를 이어 온 유교 사상의 영향이다. 그 결과 전국토가 묘지로 넘쳐나고 있다. 이를 극복하려는 대안으로 최근 화장(火葬)이 늘고 있지만 상황은 역시 녹록지 않다. 화장장과 납골당은 대표적인 주민 기피 시설이어서 그 수를 늘리기 어렵고, 결과적으로 화장장 부지 선정이 쉽지 않은 세상이다.

이런 현실을 고려해 선진국에서 ‘제3의 장사법(葬事法)’으로 통하는 빙장(氷葬)을 법으로 허용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박재완(한나라당) 의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장사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31일 대표 발의했다. 법안 발의엔 한나라당 황우여·심재철 의원 등 10명의 의원이 참여했다.

빙장은 스웨덴의 생물학자 수잔 위 메삭에 의해 발명된 친환경 장묘 방법이다. 크게 보면 ‘급속 냉동→분해→건조→매장’의 네 절차로 이뤄진다. 우선 시신을 톱밥으로 만든 관에 넣어 영하 18℃ 상태에서 보관한다. 이후 시신과 관을 영하 196℃의 질소탱크에 담근다. 진공상태에서 관과 사체에 기계 진동을 가하면 60초 이내에 뼈와 관을 포함한 모든 것이 밀리미터(㎜) 단위로 부서진다. 이후 ‘동결건조방식’이란 방법을 사용해 금속 성분과 수분(전체의 70% 남짓)을 걸러낸다. 그렇게 건조된 가루를 녹말상자에 담아 땅에 묻으면 모든 절차가 끝난다.

<그래픽 참조>

빙장엔 여러 가지 특징이 있지만, 무엇보다 환경 오염이 없고 매장지의 순환이 빠르다는 게 장점이다. 땅에 묻은 시신은 1년 이내에 흙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공간 활용도가 높다.

이날 박재완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시체나 유골을 냉동시켜 분골한 후 장사하는 것’을 빙장으로 정의하고, 빙장 장의 설치나 빙장의 장소 등을 화장 절차와 동일선상에 놓고 있다. 빙장을 화장과 같은 반열에 올린 셈이다. 박 의원은 “매장의 경우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을 어렵게 하고 화장은 연기나 재가 환경 오염을 일으키는 문제가 있었다”며 “빙장은 ‘제3의 길’로서 매장 문화를 개선하는 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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