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없는 곳에서 사진을 찍는다던 ‘플래닛 82’ 가짜 나노기술로 358억 챙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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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005년 11월 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 코스닥 상장기업 플래닛82는 ‘나노 이미지 센서 칩’ 기술 시연회를 열었다. 이 업체는 2003년 전자부품연구원(KETI)에서 50억원을 주고 기술을 이전받았다. 업체는 “빛이 거의 없는 곳에서 촬영해도 영상을 또렷하게 잡을 수 있는 획기적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나노이미지 센서칩을 부착한 카메라가 촬영한 화면은 빛이 거의 없는데도 다른 카메라에 비해 눈에 띄게 선명했다. 개발을 주도한 K박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3개월 내 양산이 가능하다”며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하면 엄청난 부가가치를 가져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시연회 직후 1650원에 불과했던 플래닛82 주가는 4만6950원까지 치솟았다. 코스닥 상장기업 가운데 200위였던 시가총액도 1조원을 넘어서 한때 아시아나항공을 제치고 코스닥시장 4위로 뛰었다.

이 회사 윤상조(48) 대표는 주가가 급등하자 이듬해 4월까지 차명으로 보유한 주식 427만 주를 팔았다. 이렇게 챙긴 부당이득이 358억원에 달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부장검사 강찬우)는 30일 신기술을 개발한 것처럼 허위 공시를 한 혐의(증권거래법 위반)로 윤씨를 구속했다. 검찰은 윤씨가 다른 사람 명의의 계좌에 부당하게 벌어들인 110억원을 숨긴 혐의(범죄수익은닉법 위반)도 적용했다.

검찰 수사 결과 윤씨는 제품 시연회에서 비교 대상인 다른 카메라들에 적외선 차단 필터를 장착해 상대적으로 자사 제품이 우수한 것처럼 보이도록 꾸민 것으로 드러났다.

플래닛82는 나노이미지 센서칩으로 주목받기 전엔 코일을 생산하는 그저 그런 업체였다. 2004년 8월 유상증자를 하면서 사채업자에게서 빌린 20억원을 갚지 못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월 5700여만원이 이자로 지출됐고, 매월 적자가 3억원에서 5억원에 이르렀다. 게다가 윤씨는 큰 기대를 갖고 사들인 나노이미지 센서 기술이 상용화가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2004년 12월 주가를 끌어올리기로 마음먹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초고감도 나노이미지 센서 개발, 2005년 분기별 매출 전망 총 218억원’이라는 허위 사실을 공시했다. 윤씨는 검찰 수사를 받는 와중에서도 ‘플래닛82 의혹 수사 완료’라는 등의 보도자료를 내 시장을 교란시켰다. 수사가 시작됐는데도 이 회사의 주가는 ‘개미들’의 투자로 반등하기도 했다.

윤씨는 이 사건과 별도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증권거래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돼 2006년 10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한때 코스닥의 대표적인 ‘나노 테마주’였던 플래닛82는 2년 연속 적자로 지난해 관리종목에 편입됐다. 이날 윤씨의 구속 소식이 알려지자 이 회사의 주가는 하한가인 3665원으로 급락했다. 

박성우 기자

▒알려 왔습니다▒

㈜플래닛82는 “전자부품연구원으로부터 이전받은 나노이미지센서 기술은 지난 1월 11일 연구진실성검증위원회의 조사 결과 새로운 기술이라고 검증된 바 있다”고 밝혀왔습니다. 플래닛82 측은 또 “2004년 12월 6일자 공정공시 중 2005년 매출 전망은 예측정보임을 명시해 허위공시에 해당하지 않고 2005년 시연회는 부정행위가 없었으며 SMPD 이미지센서는 0.06럭스에서도 영상을 구현하는 것이 검증조사위에서 확인됐다”고 주장했습니다. 플래닛82는 “대표 윤씨가 주가를 조작해 358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기고 110억원을 은닉한 적도 없다”고 밝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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