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류政局 DJ개입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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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대중(金大中)亞太평화재단이사장은 말을 조심한다.『내가 입만열면 정치개입이라고 하니 뻥긋이라도 하겠느냐』는 이유에서다.그런 그가 이례적으로 정치얘기를 했다.가장 예민한 사안인 기초단체선거 정당공천문제에 대해서다.
그는 8일 저녁『정당공천을 법으로 배제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있다』고 지적했다.
민자당의 정당공천 배제주장을 정면으로 반대했다.『여야가 합의한 법이니 적어도 한번은 현행법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그의 얘기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그가 늘 하던 말이다.최근 이기택(李基澤)민주당 총재가 신임 인사차 방문했을 때도같은 말을 했다.
문제는 장소다.그가 이번에 말 한 장소는 명동성당이다.「사순절 통일특강」이라는 명목이었다.성당안을 가득 메운 청중은 2천명 정도로 추정됐다.그 파장을 모를리 없는 金이사장이다.즉각 파문은 정치권에 확산되고 있다.
우선 민자당은 반발했다.박범진(朴範珍)대변인은 아예「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金씨」라고 호칭했다.그러면서『정당공천은 주장하면서 의장의 불법감금은 외면했다』고 비난했다.『이는 민주당의 불법행동을 지지하거나 아니면 이같은 행동이 자신의 뜻에 따라 이뤄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정치개입이라는 주장이었다.
동시에 여권은『金이사장이 한걸음 한걸음 선을 넘어 앞으로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지자체 선거후 정계복귀를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주장인 것이다.여권은 金이사장이 특강에서 자신을「미스터지자제」라며 지자제 실시가 자신의 투쟁결과임을 강조한 것도 색안경을 쓰고 보고 있다.동교동계 의원들은 격앙된 모습이다.측근인 한화갑(韓和甲)의원은『국민의 입장에서 잘못된 정치상황에 대해 한마디도 못하느냐』고 반문했다.그는 金이사장의 언급은「권리이면서 의무」라고 주장했다.
金이사장에게는 현행법고수가 절실하다는 분석도 있다.지자제가 현행법대로 실시될 경우 여야를 막론하고 지자제 실시로 가장 큰득을 보는 정파가 동교동계다.명분과 함께 실리도 챙길 수 있기때문이다.지자제,특히 단체장선거의 실시는 호남 에 대한 동교동계의 연고권이 무형(無形)의 상태에서 정식 등기되는 의미를 지닌다. 이런 호기가 민자당의 기초단체 공천배제로 유명무실해질 위기를 맞은 것이 요즘 정국이다.이때문에 金이사장이 칩거에서 벗어나 직접 팔을 걷어붙이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金敎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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