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 日 은행보다 부도확률 낮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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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은행의「부도 확률」은 얼마나 될까.
밖에서는 영국의 베어링 은행이 쓰러지고 안에선 충북투자금융이부도 위기에까지 몰리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금융계가 「부도」의 위험을 새삼 의식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마침 한국과 일본 은행들의 부도 확률을 계산해낸 연구결과가 나와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일본 세이케이(成蹊)대학의 권순진(權純珍.경제학)교수는 일본금융전문잡지인 금융비즈니스 3월호에 일본 최초로 「일본 은행들의 도산 확률」논문을 발표한데 이어 최근 「한국 은행들의 부도확률」도 처음으로 추정해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 은행들의 부도 확률을 비교할때 우리 은행들의 부도 확률이 일본 은행들보다 더 낮다.
그러나 두나라 은행들 모두 확률이 1%에도 못 미치고 있고,매년 부도 확률이 계속 낮아지고 있어 체질이 상대적으로 튼튼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림참조〉 또 韓.日 은행들 모두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자본비율(8%)규정이 시행(88년)되기 전인 87년에는 부도 확률이 높았으나 이후 계속 낮아져 BIS규정이 은행들의 체질 강화에 큰 도움이 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국내 은행중 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신탁은행등 5개 시중은행의 부도 확률(94년 기준)을 비교하면 상업은행이 0.
151%로 가장 높고,서울신탁은행이 0.072%로 가장 낮았다. 〈표참조〉 서울신탁은행은 통계상 자기자본비율이나 이윤율은 낮았지만 매년 얻는 이윤의 변동 폭이 작아 일단 경영이 가장 안정적인 것으로 평가돼 부도율이 낮게 나왔다고 權교수는 설명했다. 반면 조흥은행은 이윤율이 5개 은행중 가장 높고,매년 얻는 이윤도 안정적이었지만 자기자본비율이 낮아 2위에 그쳤다.
지방은행들은 93년 경영실적을 기준으로 할 때 부산은행이 0.434%로 가장 높고,전북은행이 0.119%로 가장 낮았다.
이같은 은행 부도확률은▲은행들의 체질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는것은 물론▲앞으로 예금자보험제도가 시행될 때 각 은행이 부담할비용을 계산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계.학계는 물론 정부에서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주로 각 은행 정기 주총때의 영업보고서를 근거로 자기자본비율.이윤율과 이윤을 안정적으로 얻는 정도등 세가지 척도를 기준으로 계산한다.
수치적으로 설명하면 각 은행의 이윤변동폭을 제곱한 값을 자기자본비율과 이윤율을 합쳐 제곱한 값으로 나눈 뒤 1백을 곱한 값이다. 따라서 은행의 덩치(자기 자본)가 크고 영업 이윤이 안정적일수록 부도확률은 낮아진다.
權교수는 『일본의 경우 은행들이 합병하면 대체로 부도확률이 낮아진다』고 밝혔다.
은행이 실제로 쓰러지는 경우를 말하는 것은 아니고 「은행의 1년간 영업 손실액이 은행의 자기자본보다 많아지는 경우」를 말한다. 곧 「은행 장부에 자기 재산이 한푼도 남지 않는 때」가權교수가 규정하는 은행 부도다.
吳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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