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베어링銀사태 해결방식 배울만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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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지난달 27일 영국법원은 파산을 맞은 베어링은행의 재산관리인으로 언스트&영 회계법인을 지명했다.베어링은행이 디리버티브(파생금융상품)거래의 실패로 파산에 직면한 직후의 일이다.지금도 베어링은행의 손실은 닛케이평균지수가 1%포인트 떨 어질때마다 7천만달러씩 불어나고 있다.
이같은 손실은 베어링은행 선물계좌의 증거금부족을 초래했다.그러나 재산관리인으로 선임된 언스트&영 회계법인은 부족한 증거금을 메우지 않을 것이다.베어링은행의 채권자들이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추가증거금 납입을 이행하지 않은 베어링의 선물계약은 강제처분되고 그래도 부족한 결제자금은 싱가포르와 오사카 선물거래소의 청산회사들이 물어주게 될 것이다.
베어링의 사고를 계기로 싱가포르와 오사카 선물거래소는 거래수수료를 높이는 한편 선물 증거금률을 상향 조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다른 선물거래소들도 이번 사고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시장참여자들에 대한 감시활동을 강화할 것이 분명하다.이것이 바로 자율시장기능에 의한 문제해결 방식이다.굳이 금융당국이개입하지 않더라도 시장은 베어링 사고에서 단적으로 드러난 디리버티브 거래의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스스로 채찍을 가하게 될 것이다. 거래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스프레드(매수.매도 호가차)의 확대,수수료의 인상,장내(場內)디리버티브 거래비용의 상향조정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각국 정부가 끼어들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시장의 자율기능을 믿고 맡겨 둬야 한다.
먼저 정부는 선물거래소 및 거래참여자들에게 예금자보험과 같은자구책을 강요해서는 안된다.또 은행들이 거래에 실패했을 경우 지불유예와 같은 특혜를 베풀어서도 안된다.지불유예가 행해지면 시장참여자들은 장내거래가 장외거래보다도 오히려 위험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장내시장을 외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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