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키즈] 네 옆에 굶는 친구가 있다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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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권의 아이들 책, '배고픔'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을 읽었습니다. 오래된 노래가 떠오릅니다. '그이들도 지금이 크리스마스란 걸 알고 있을까요?(Do they know it's Christmas?)'. 1985년 영국 가수들이 에티오피아의 난민을 돕자며 불렀던 노래였죠. 뒤이어 미국 가수들이 불렀던 '세계는 하나(We are the world)'라는 노래를 기억하시는 분이 더 많겠군요.

두 노래가 세상에 나왔던 바로 그 해에 어느 일본인 비정부기구(NGO) 활동가가 에티오피아에서 구호 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옥수수와 분유 한 자루씩 나눠주고 있을 때 다른 마을에서 두 어린 소녀가 다가옵니다. 구호식량 분배를 감시하던 병사들은 소녀들을 쫓아버립니다.

일이 모두 끝난 뒤 일본인 자원활동가는 두 소녀를 걱정하느라 밤잠을 설칩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마을의 어느 아저씨가 자신이 받은 그 "조금밖에 없는"식량을 소녀들에게 나눠주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난 단지 기뻤던 내 마음을 그 아이들한테도 전해주고 싶었을 뿐이야."

그것이 바로 일본인 자원활동가가 발견했던 '곤다르의 따스한 빛'이었습니다.

2001년 그 이야기는 일본에서 아이들을 위한 책으로 만들어졌고, 올해 한국어로 옮겨졌습니다. 20여년의 시간이 흘렀는데도 책 속의 이야기는 여전히 '지금의 현실'입니다. 하도 많이 뉴스에 나와 이제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그런 현실입니다. 현실이 너무 답답하고 무서울 땐 환상의 세계로 잠시 달아나는 것도 필요합니다. 다른 한 권의 책, '부러진 부리'를 다시 읽어봅니다.

"어째서 그런 일이 벌어지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참새의 부리가 부러집니다. 부리가 부러진 참새는 배고픔에 더해 "우리하곤 다르게 생겼잖아"라는 동료 참새들의 왕따에도 고통을 당해야 합니다. 떠돌이 노숙자가 참새의 친구가 됩니다. 떠돌이는 땅에 떨어진 빵조각을 반으로 잘라 반은 자기가 먹고, 나머지 반을 참새가 먹도록 지켜줍니다. 집 없는 사내와 부리가 부러진 참새는 공원의 벤치에서 나란히 잠듭니다. "부리가 반듯한 상태로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면서요.

현실을 이야기하는 책의 그림은 밝고 몽환적인데, 환상을 이야기하는 책의 그림은 반대로 어둡고 사실적입니다. 그렇게 서로 다르면서도 두 권의 책은 참 절묘하게 어울립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두 책은 아이들에게 조용히 이야기합니다. 세상엔 배고픔이라는 고통이 존재한다는 것, 하지만 그 배고픔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다는 것. 옥수수와 분유 조금, 그리고 땅에 떨어진 빵 한 조각을 '나눠 먹을 수 있는 마음'이 바로 그 방법이라는 것을요.

아참, '곤다르의 따스한 빛'의 판매 수익 중 일부는 '기아대책'이라는 국제구호단체에 보내진다는군요.

조병준 <시인, '나눔 나눔 나눔'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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