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관핑 지음, 차효진 옮김, 달과소, 492쪽, 2만원
1949년 3월, 국민당을 내쫓고 베이징으로 입성하는 마오쩌둥의 짐 보따리엔 책 네 권이 꽂힌다. 두 권은 중국의 백과사전으로 어휘사전인 『사해』(辭海)와 어원사전인 『사원』(辭源)이다. 나머지 두 권은 『사기』(史記)와 『자치통감』(資治通鑑)이다. 중국을 통치하기 위해 마오가 참고한 서적은 옛 황제들이 갖가지 난제에 부딪쳤을 때 이를 어떻게 풀었는지를 기록한 중국의 역사서였지, 마르크스나 레닌의 저술은 아니었다.
기원전 221년 진시황(秦始皇) 등장 이래 청(淸)의 말대 황제인 푸이(溥儀)까지, 중국 역사상 제위에 오른 이는 583명이라고 한다. 수많은 왕조가 명멸했지만 제위(帝位)를 파괴하는 데는 2100여 년 이상이 걸렸다. 마오가 중국 대륙을 통치하는 지혜를 이들 황제들의 공과(功過)와 시비(是非), 우열(優劣) 등의 기록에서 구하고자 했던 것은 그다지 놀랄 일이 아니다.
중국 진시황릉에서 출토된 병마용.
이어지는 ‘놀기에 바쁜 제왕들’과 ‘제왕의 운명’ ‘엉뚱하게 죽은 제왕들’ 등 세 부분을 통해 저자는 ‘성스러운’ 제왕의 껍데기를 맹렬하게 걷어낸다. 절대 권력의 화신인 황제의 자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치열한 다툼으로 아내와 딸에 의해 독살되는 비운의 황제(당나라 중종), 생모에게 독살 당하는 황제(북위 효명제) 등 촌로의 인생만도 못한 황제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군주에게는 국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던 황제였지만 30년 이상 집권한 이는 583명의 황제 중 21명에 불과했다. 반면 1년이 채 안돼 쫓겨난 제왕은 50여 명이나 된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의 쓸쓸함이 배어난다. 한가지 흠은 가끔씩 눈에 띄는 오자다.
유상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