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투성이 경매비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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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인천지법 집달관합동사무소의 경매보증금 횡령사건은 의혹투성이어서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검찰수사에 따르면 우선 이 사건의 주범 김기헌(金基憲.48)씨가 87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8년동안 횡령한 경매보증금은 자그마치 2백42억원에 이르고있다.과연 金씨 혼자서 이같이 엄청난 돈을 횡령할수 있었는지,횡령한 돈을 어디에 사 용했는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산적해 있다.
지난해까지 경매물건의 입찰자가 입찰현장에서 집달관에게 납부하는 보증금(낙찰예정가의 10%)은 경매후 낙찰자 개개인이 거래은행에 입금시키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업무가 많은 집달관들은 이같은 잔일(?)을 자신들이 고용한 사무원 金씨에게 맡겼고 金씨는 낙찰자들이 입금시킨 보증금이 3일후 법원총무과 지출계 계좌로 재입금되기 전에 인출해 사용해 온 것으로 돼있다.
金씨는 7년이 넘도록 이같은 횡령행위를 반복해온 셈이다.과연그것이 가능했을까.
우선 법원내부의 관련규정을 따져봐도 장기간의 횡령은 불가능하게 돼있다.
현행 집달관법은 매년 1회 또는 수시로 집달관의 보증금 입금과 관련된 모든 절차상 하자여부에 대해 자체감사를 하도록 하고있다. 7년동안 감사를 실시했는데 단 한번도 이같은 비리를 적발하지 못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때문에 감사관계자들 또한경매계직원들처럼 뇌물을 받고 金씨의 비리를 묵인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있다.그러나 검찰의 이 부분에 대한 수 사는 미진하다.金씨로부터 뇌물을 받거나 경매보증금을 횡령한 혐의로 전.현직 경매계장 6명을 구속했을뿐 계장이상의 상급자나 감사관계자에 대한 상납고리 수사는 사실상 포기하고 있다.
검찰은 감사 주무부서인 법정과에 대한 기초자료 조차 확보하고있지않다.때문에 관련자료를 은폐할 시간여유를 주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있다.9명의 경매계장을 거느리고 있는 민사신청과장은 이번 사건을 고발(2월16일)전에는 전혀 몰랐을 뿐만 아니라 뇌물을 받은 사실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수사에서 집달관들은 金씨의 범행사실을 지난해 11월28일처음 알았다고 진술한 반면 경매계장들은 지난해 4월 알았다고 엇갈린 진술을 하고 있다.경매계장들이 주장하는 인지시점인 지난해 4월 민사신청과장으로 재직했던 安모씨는 지난 해말 정년퇴임,현재 집달관으로 근무하고 있는데 경매계 직원들이 모두 아는 횡령사실을 직속 상급자인 과장이 퇴직할때까지 8개월동안 몰랐다는 부분이 납득키 어려운 것이다.
24일 구속된 경매계장들의 혐의내용에도 의문이 많다.
검찰에 따르면 전.현직 경매계장 4명은 金씨가 94년에 횡령한 45억원의 입찰보증금을 우선 변제토록 하기 위해 다른 입찰보증금 40여억원을 1백여회에 걸쳐 유용하도록 묵인했다는 것이다.이중 2명은 이 대가로 金씨로부터 각각 30만 원을 받은것으로 돼있다.
고작 30만원을 받고 자신들이 관리하는 입찰보증금 10억여원을 임의로 사용하도록 선심(?)을 썼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金씨가 횡령액을 변제하지 않으면 화가 자신들에게 미칠 것을 두려워해 비리를 묵인했다는 것이 검찰측 설명.그렇다면 金씨로부터 뇌물을 받은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
이러한 의혹들이 철저히 밝혀져야만 경매비리는 사라질 수 있을것이다. 〈崔熒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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