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신데렐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학력 위조 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장본인 두 명이 구속되면서 수사가 일단락됐다. 이번 사건에서처럼 자기 자신의 능력과 인격으로 자립할 자신이 없는 여성이, 남성에게 의탁해 안정된 삶을 꾀하려는 심리 상태를 ‘신데렐라 콤플렉스’라 한다.
 
“김희정 부대변인은 부산 연제에서 현역인 권태망 의원을 물리치고 공천권을 따내 ‘정치 신데렐라’로 불린다” “박보영은 극 초반 어린 소화로 분해 강단 있는 이미지와 애절한 사랑 연기로 ‘왕과 나’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처럼 ‘신데렐라’를 남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동화 속 주인공 신데렐라는 얼굴이 예쁘거나 마음씨가 착하다는 점 외엔 별다른 재주나 실력을 갖추지 못한 무능력한 여성이다. 사전에서도 ‘하루아침에 고귀한 신분이 되거나 유명하게 된 여자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해 놓은 것처럼, 목표를 향해 구슬땀을 흘려 가며 오랜 기간 노력한 사람에게 ‘신데렐라’라는 단어를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

위 예문들도 문맥에 따라 ‘정치 신인, 샛별, 될성부른 신인’ 등으로 적절히 바꿔 써야 한다.
 
“가짜 박사로 출발해 신데렐라의 꿈을 이루어 간 신씨의 행적 전 과정에 변씨의 작용이 너무 많고 크기 때문이다” “겉만 야하면 신데렐라 콤플렉스가 잠재된 여자다” 등은 ‘신데렐라’가 적절하게 쓰인 문장이라 하겠다.

권인섭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