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화합의 자전거’ 일본 열도 달린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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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호 02면

서울대 ‘도전동아리’ 회원들이 3인용 ‘한·중·일 자전거’를 타고 눈 덮인 여의도 공원을 달리고 있다. 왼쪽부터 신윤석·박태준·황성민씨 [최정동 기자]

서울에 폭설이 내린 11일, 매서운 눈바람을 가르고 여의도공원을 달리는 자전거가 있었다. 여섯 개의 바퀴, 세 사람이 힘을 모아 “하나 둘~ 하나 둘~” 구령에 맞춰 달린다. 자전거 세 대를 쇠파이프와 스프링을 이용해 옆으로 연결해서, 세 사람이 맘 맞춰 페달을 밟지 않으면 금세 쓰러지는 ‘3인1체’ 자전거다. 일반적으로 다인승 자전거는 앞에서 끄는 자전거에 힘이 많이 실리는데, 이 자전거는 세 명이 고루 밟아야 나가게 설계됐다.

“한·중·일 세 나라의 협력을 상징하기 위해서 3인용 자전거를 만들었어요.”

서울대 ‘도전동아리’의 이승재(21·화학생물공학부 2)군은 “유럽연합(EU)처럼 함께 협력하는 아시안연합(AU)을 꿈꾸며 ‘AU프로젝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AU프로젝트는 한·중·일 협력의 중요성을 세 나라에 알리는 활동이다. 지난 여름엔 오토바이로 중국을 종단했다.

3인용 자전거를 개발한 신윤석씨. [최정동 기자]

이번엔 18일부터 한 달 동안 20여명이 번갈아 3인용 자전거 두 대를 타고 일본 후쿠오카~도쿄를 달릴 예정이다. 중국 종단 때 알게 된 베이징대 학생과 일본의 젊은이도 현지에서 합류해 ‘한·중·일 자전거’를 함께 탄다.

“만드는 데 석 달쯤 걸렸어요. 설계도는 6번 그렸고요.”

세 대가 옆으로 나란히 달리는 3인용 자전거를 찾을 수 없어 동아리 회원 신윤석(22·조선해양공학과 2)군이 직접 설계했다. 처음엔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자전거를 만들려고 했지만, 비용 문제에 부딪혔다.

“설계대로 하려면 한 대당 250만원은 잡아야 되더라고요.”

한 대당 50만원에 제작해주겠다는 업자에게 속아 100만원을 사기 당하는 어려움도 겪었다.

기존의 자전거를 부속으로 연결하는 쪽으로 설계 방향을 틀었지만, 부속을 제작하는 데 드는 비용도 만만찮았다. 청계천을 돌며 배관·건축 자재 등 가리지 않고 부품을 모았다. 결국 한 대당 30만원까지 비용을 낮출 수 있었다.

“이 중에 자전거용 부속은 거의 없어요. 청계천 구석구석에서 찾아내서 자전거에 맞게 끼워 넣은 거지요.”

언 손으로 스패너를 조이던 신 군이 “자꾸 하다 보니 길이 보이더라”며 싱긋 웃는다.

연말연시와 대선이 겹쳐 30여개 넘는 기업을 다녔으나 후원사를 찾지 못했다. 그래도 이들은 씩씩하다. 덜 먹고 좀 추운 데서 자면 어떻게든 된단다. 이지숙(25·간호학과 4)양은 목욕탕 청소 등 열 개가 넘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아온 적금을 깨겠다고 했다.

점심 시간에 쏟아져 나온 여의도 직장인들이 “이게 뭐냐”며 모여들기 시작했다. ‘한·중·일 자전거’가 다시 신나게 페달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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