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맞이 우리영화 5편 무더기 개봉.여배우 끼대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4면

설전후로 방화가 5편이나 대거 개봉돼 한국영화의 새로운 르네상스가 시작됐다는 평이 나도는 가운데 김혜수.심혜진.진희경.채시라.지수원등 대표적 여배우들이 각 영화에서 매력대결을 펼쳐 주목되고 있다.
김혜수는 두 영화에서 상반된 배역을 맡아 모두 능숙히 연기함으로써 무르익어가는 연기자임을 과시했다.『남자는 괴로워』(이명세 감독)에서는 여성차별을 당당히 따지는 신세대 직장여성을,『영원한 제국』(박종원 감독)에서는 말없고 순종적이 면서 운명적인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고전적 배역을 맡아 독특한 매력을 발산한다.『남자는 괴로워』 에서 마마보이역 박상민에게 과감하게 먼저 키스하는 당찬 장면을 보이는가 하면 노래방에서 남자들을 제치고 『빈대떡 신사』를 멋들어지게 열 창하는 모습도 선보인다.뿐만 아니고 수영복 차림으로 자신의 매력적인 진면목을 자신있게 드러내기도 했다.반면 『영원한 제국』 에서는 짧은 등장중에서도 차분함과 지조가 은근히 배어나오는 한국적 여인의 매력을 보임으로써 감탄을 자아냈다.
심혜진과 진희경은 『손톱』(김성홍 감독)에 함께 출연하면서 팽팽한 연기 맞대결을 펼친다.심혜진은 행복에 가득찬 실내디자이너역을,진희경은 잘난척하는 친구에 앙심을 품은 조각가역을 각각맡았다.진희경은 심혜진의 남편을 유혹,욕실에서 정사를 벌이고 나중에는 칼질과 방화까지 하는 사이코연기를 격렬한 눈동자와 표정연기로 독특하게 소화해 싸늘한 매력을 발산했다.심혜진은 남편에 충실한 여자의 매력을 극중에서 보여줬다.배역성격도 그렇지만화면도 나란히 수영하며 몸매를 내 보이는 장면등 둘의 매력을 비교할수있게 구성된 것이 많다.
최고스타 채시라는 첫 영화출연작인 『네온속으로 노을지다』(이현승 감독)에서 직업세계의 모순에 맞서는 광고회사 직원역을 맡아 일에 열중하는 프로여성의 매력을 펼쳐보인다.그녀는 『서울의달』 『아들의 남자』등 TV프로에 출연하는 바쁜 일정중에도 매주 사흘의 영화촬영에 한번도 지각하지 않는 성실성을 보여줬다.
배역과 실제상황 모두에서 철저한 자기관리로 프로다운 매력도 함께 보여 찬사를 받고있다.
『사랑하기 좋은 날』(권칠인 감독)의 지수원은 다소곳하고 차분한 스튜어디스역을 맡아 모델활동 당시의 야하고 격정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는데 성공.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하면서 쉽게 잘 이뤄지지 않는 애절한 사랑의 장면들에서 묘한 여운을 남기는 연기로 새 분위기를 선보인 것이다.
감독의 의도겠지만 지수원은 말도 별로 하지 않으며 계속되는 불행앞에서도 쉽게 울거나 격한 감정을 보이지 않는 극중성격을 보여준다.
蔡仁澤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