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 “내 코가 석 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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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미국 금융의 자존심이 다시 구겨졌다. 서브 프라임(비우량주택 담보 대출) 모기지 부실 사태 여파로 중국의 국부 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로부터 50억 달러를 긴급히 수혈받았던 모건스탠리가 이번에는 중국 기업에 투자한 지분을 매각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조성한 돈을 모건스탠리가 자금난 해소에 쓸 것인지, 새로운 투자처를 찾을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모건스탠리는 미국 2위 투자은행이다.

 중국 관영 영자신문 차이나 데일리는 모건 스탠리가 중국국제금융공사(CICC)의 지분 34.4%를 매각할 예정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신문은 모건스탠리와 CICC 소식통을 인용해 “모건스탠리가 매수자를 찾기 위해 사모 펀드와 접촉하고 있다”고 전했다.

 1995년 설립된 CICC는 주룽지(朱鎔基) 전 중국 총리의 아들 주윈라이(朱云來)가 총재로 재직 중인 중국의 첫 투자은행(IB)이다. 모건 스탠리가 보유한 지분 가치는 약 8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CICC 지분 매각이 성사되면 모건스탠리가 매각 대금을 미국으로 회수해 갈지, 중국에 재투자할지도 관심거리다. 지난해 12월 중국 일부 언론은 “모건스탠리가 상하이에 본사를 둔 상하이 화신증권의 지분 33.5%를 인수할 것”이라고 보도했었다.

 그러나 차이나데일리는 모건스탠리가 지분 매각 대금으로 중국 국내 증권사 지분을 사들일 것이란 소문이 있지만 실제로 성사될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전했다.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가 외국인 투자기업이 중국 내 증권사와 합작해 자회사를 설립할 경우 자본금을 120억 위안(약 1조4400억원)까지 대폭 늘리도록 투자 조건을 강화했다. 중국 금융계에선 모건 스탠리가 현재로선 그만한 자금을 동원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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