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앞선 친환경 기술 … 유럽 백색가전 강자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2005년 레드닷 디자인상을 수상한 세탁기.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필립스 등 서유럽 거인들과 싸우면서 성장해 온 가전업체 고레네(Gorenje)는 작지만 강한 나라 슬로베니아의 경쟁력을 그대로 보여준다. 지금은 직원 1만1300명에 매출액 12억7000만 유로(약 1조7780억원·2007년)에 이르는 대기업이지만, 슬로베니아가 1991년 유고 연방에서 독립할 당시만 해도 망하기 직전이었다. 내수 비중이 80%나 됐는데, 슬로베니아가 분리되면서 연방 내 다른 지역 시장이 실종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레네는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삼았다. 우선 해외시장에서 살 길을 찾기 위해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이탈리아의 유명 자동차 디자인 회사인 피닌파리나와 프랑스의 디자이너 오라 이토에게 디자인을 맡겼다. 그러자 서유럽의 하청업체 정도로만 알려져 있던 고레네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다음은 남들보다 한 발 앞서 친환경 정책을 도입한 것이 주효했다.

 우선 산으로 둘러싸인 도시 벨레네에 공장을 지었다. 수도원이나 있을 법한 공기 좋은 곳에 자리 잡은 이 공장은 태양열 에너지를 이용한다. 폐수를 공업용수로 만드는 재처리시설도 갖췄다. 오래 사용하고 폐기처분되는 TV·냉장고 등 가전제품은 직접 수거에 나선다. 수거 전담반은 가져온 폐품을 분해해 나사못 하나까지 재활용한다.

 이 전략은 맞아떨어져 지난 5년간 매출액이 70%나 늘었다. 프랑스 경제일간지 레제코는 “유럽 4대 가전업체 대열에 오르겠다는 고레네의 목표가 조만간 성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