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면 美증시 투자 '올빼미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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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개인투자자 S씨(38.자영업)는 매일 오후 11시쯤이면 컴퓨터를 켠다. 30분 후 미국 증시의 개장에 앞서 해외 뉴스를 점검한 뒤 자신이 보유한 종목의 주가 움직임을 보기 위해서다.

S씨는 지난해 6월 3000여만원(2만3740달러)으로 미국 반도체 회사인 엠텔의 주식을 주당 3.83달러에, 반도체 검사장비 업체인 ASE테스트의 주식을 주당 8.04달러에 각 2천주씩 샀다. 이후 주가가 많이 올라 그는 엠텔에서 82%, ASE테스트에서 56%의 평가차익을 올리고 있다.

S씨는 "지난해 상반기 국내 증권사들이 미국 경기가 본격 회복 국면에 들어갈 것이란 분석자료를 내는 걸 보고 반도체 관련 주식을 산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미국 주식시장에 직접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의 해외 유가증권 투자액은 2000년 말 3258억원에서 지난해 말에는 8531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 액수에는 채권.기업어음(CP)도 일부 포함돼 있지만 대부분이 미 증시에 대한 직접 투자라고 금감원 측은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온라인으로 미국 증시에 대한 투자를 중개하는 리딩투자증권의 고객도 크게 늘었다. 이 회사에 따르면 지난해 1월 말 594개였던 계좌수는 지난 1월 말 1225개로 예탁자산은 223만달러(약 26억원)에서 3254만달러(약 390억원)으로 늘었다. 1년 새 계좌수는 두배, 예탁자산은 14배가 는 것이다.

이처럼 투자자가 크게 는 것은 리딩투자증권이 지난해 7월께 최소 증거금을 1만달러에서 2000달러로 대폭 낮춘 덕도 있지만 지난해 미국 증시가 경기 회복에 힘입어 상승세를 탔기 때문이다. 미 다우존스 지수는 지난해 초부터 23일까지 27%, 나스닥지수는 50%가 올랐다. 국내 종합주가지수가 같은 기간 37% 올랐지만 고가 우량주 위주의 장세가 펼쳐진 것을 감안하면 개인투자자들 입장에선 미국 증시에서 돈을 벌었을 가능성이 더 컸던 것이다.

리딩투자증권의 김우석 마케팅 팀장은 "절반 정도의 고객들이 3개월에서 6개월에 한번 거래할 정도로 중장기 투자를 함으로써 주가 등락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딩투자증권 이외에 LG.대우증권 등 국내 증권사를 통해서도 미국 등 해외 증시에 투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회사를 통한 거래는 최소 투자금이 3000만원(약 2만5000달러) 이상의 거액이고, 실시간 거래시스템이 아닌 전화주문만 받고 있어 중장기 투자를 원하는 고객들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미 증시에 투자하는 '올빼미족'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종목과 시황에 대한 정보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국내에도 많이 알려져 있거나 비교적 정보가 많은 종목에 투자해야 한다고 증시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도 해외 증시에 대한 분석자료를 많이 내고 있기 때문에 가급적 찾아서 읽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리딩투자증권은 27일 미 증시 관련 투자 세미나를 개최한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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