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당 3黨합당 잔재 청소-黨강령서 내각제 요소 삭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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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3당합당의 「흔적 지우기」가 민자당에서 계속되고 있다.
그 결정판은 김종필(金鍾泌)대표의 퇴진(19일)이다.23일 후속타가 등장했다.당의 강령(綱領)중 내각제적 요소를 빼버린 것이다.그 대상은 「의회와 내각이 함께 국민에게 책임지는 의회민주주의를 구현한다」는 조항이다.강삼재(姜三載.마 산회원)기조실장은 『내각제를 하는 것도 아닌데 이를 지향하는듯한 오해를 주는 것을 피하려는 것』이라고 삭제이유를 설명했다.민자당의 분명한 노선 설정을 위한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내각제적 분위기를 풍기는 항목이 아니다.
「한지붕 세가족」의 초기 사연이 담겨있다.90년5월6일 만들어진 내각제 각서의 3개항중 첫항을 그대로 옮긴 항목인 것이다.
다음 2,3항은 1년이내에 내각제로 개헌하고 금년 중 개헌작업에 착수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노태우(盧泰愚)대통령과 김영삼(金泳三).김종필최고위원이내각제 합의문을 만들면서 추진계획을 감추고 이 조항만 강령에 넣어 선을 보였다.JP는 이를 「빙산(氷山)의 일각」으로 표현한바 있다.
익명을 부탁한 민정계의 한 당직자는 『3당합당 잔재 청소의 연장선에서 이를 없애려는 것』이라고 단정했다.공화계의 한 의원은 『이로써 희미하게나마 당 강령에 남아있던 내각제 합의의 흔적은 사라지게 됐다』고 했다.
이들은 『6월 지방선거이후 정치권의 쟁점으로 등장할 내각제에대비하려는 노선정비와는 별 관계가 없다』고 분석했다.내각제는 「YS 이후」를 겨냥하는 차세대주자들의 구상과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이번 강령 삭제는 향후 정국전개와는 거리 가 멀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민자당을 「YS 당」으로 개편하는 작업의 하나로 보고있다.실제 전당대회준비위가 마무리하는 JP 이후의 당모습은 학계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정치의 세계화와는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당명과 대표위원의 명칭 정 도만 바꾸고 당3역(사무총장.정책의장.총무)체제는 그대로 두기로 했다. 민자당은 대표직을 버린 JP를 달래기에 전력을 기울이면서 한편으로는 합당의 잔재를 씻는 2중의 자세를 보이고 있다.
〈朴普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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