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 미국구상 어떤 그림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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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JP(金鍾泌 前민자당대표)는 혼자만의 고독한 숙고(熟考)끝에중대결단을 내린다.
과거에도 그랬고 19일 민자당 대표직을 전격 사퇴할 때도 그랬다. 주변사람들은 이번에도 아무도 몰랐다.
JP는 지금 장고(長考)중이다.굴곡 많은 정치인생에서 또한번의 갈림길 앞에 서 있다.
그런 金대표가 21일 오후 4박5일 일정으로 미국방문길에 올랐다.수행자는 보좌관.비서관에다 이희일(李熺逸)前동자부장관,이상회(李相回)前의원등 단 4명이다.단출한 여행이다.
그러나「이것이냐 저것이냐」를 가다듬고 결단을 준비하는 고독한여행이기도 하다.
그의 미국일정은 외견상 평범하다.그는 교민환영의 밤에 참석하고 오리건 과학기술대학원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는다.서울대 동문회 만찬도 예정돼 있다.21일밤 미국에 있는 그의 지지자들(可樂會)과 칵테일 파티를 갖는 일정을 빼고는 정치 색 있는 행사가 없다.
그러나 그가 이렇듯 평범하고 한가하게 미국을 다녀올 것으로 보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JP를 잘아는 민자당내 공화계의원들은『그는 미국에서 독자노선의 구상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그는 대표직을 내놓으면서 『미국에 다녀와 서(25일 귀국예정)날을 택해(결심을)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에 먼저 가 있는 무소속 김용환(金龍煥)의원을 은밀히 만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꾀주머니」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金의원은 지난 92년 민자당 대통령후보 경선때 JP가 YS를 지지한 데 불만을 품고 탈당했지만 아직도 J P사람이다.
따라서 JP와 金의원은 독자깃발의 시나리오를 논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다만 결심은 JP몫이다.
아무튼「JP구상」은 미국에서 가닥이 잡힐 것이 분명하다.
그것은 YS와의 결별쪽인 것으로 역시 관측된다.그러나 그 길에도 몇 갈래가 있다.
우선 다음달 7일 민자당 깃발이 사라진 뒤 곧바로 신당을 창당해 지방선거에 참여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원내(院內)에 있는 측근 몇 사람은 이런 방향에서 세(勢)를 모으려고 뛰고 있다.이들은『동정여론을 부추기고 TK(대구-경북) 와 연합전선을 형성해「反YS」정서를 끌어 모아 6월 지방선거에 참여하면 적어도 대전.충남에서는 위세를 떨칠 수 있다』는 낙관적 시나리오를 JP에게 주입하고 있다.
반면 좀더 장기적인 차원에서 앞일을 도모하자는 의견도 만만치않다.당장「JP신당」을 차릴 경우 사람확보도 문제지만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지역당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므로 성급한 행동은 자제하자는 쪽이다.
이편의 측근들은『YS와 갈라서되 당보다는 친목단체형태의 구락부를 만들면 여러 가지로 일하기가 수월하다』고 건의한다.
그래야만 민자당에 남아 있어야 할 공화계및 親JP 민정계 전국구의원들의 운신폭이 넓어진다는 것이다.전국구의원은 탈당하면 의원직이 상실된다.
또 구락부형태로 활동하면서도 지방선거에 나서기 위한 독자후보는 얼마든지 선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때문에 창당은 선거결과를보고 난 뒤 해도 늦지 않다는게「급조(急造)신당」에 회의적인 측근들의 설명이다.
JP가 이런저런 건의.권유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아직불확실하다.다만 문정수(文正秀)사무총장등 민주계의「붙들기」시도에는 전혀 흔들리지 않고 있는 기색이다.그러나 그는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한다.중산층 보수를 겨냥하는「JP노선 」이 어떤 논리로,어떻게 포장될지도 미국방문중 다듬어질 것이다.
〈李相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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