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준화 지역 성적 더 높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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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준화 지역 고교에서 배우면 평준화 지역보다 학교 성적이 더 오른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는 평준화 정책이 일부 우수 학생들의 학력을 낮추는 점이 있지만 대부분 학생들의 학력을 떨어뜨리지 않는다는 교육인적자원부의 주장과 상반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달 강남 8학군의 서울대 입학률이 높다는 결과를 놓고 불거진 평준화 논란이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지역 간 학력 차이=국책 연구기관인 KDI 국제정책대학원 산하 교육개혁연구소는 2001년 학업성취도 평가 자료를 토대로 이같이 분석했다. KDI는 72개 중소 도시 고교 1, 2학년생 3천24명의 국.영.수 및 사회탐구.과학탐구 등 5개 과목의 학업성적을 분석했다. 평준화.비평준화 지역의 고1, 고2 성적을 비교한 것이다.

1, 2학년의 성적을 비교한 결과 비평준화 지역 학생들이 평준화 지역보다 더 많이 올랐다. 비평준화 지역에선 전국 석차가 상위 20%에서 10%로 오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예컨대 전국 학생수를 1백명이라고 할 때 20등 하던 사람이 10등으로 올라간다는 것. 그 대신 평준화 지역의 성적은 별로 오르지 않았다. 이런 현상은 상위권뿐 아니라 중.하위권에서도 고르게 나타났다.

연구소 측은 "비평준화 지역에서는 학력 수준이 비슷한 학생들이 수준별 학습을 할 수 있는 데다 학교도 우수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에서 대도시와 농어촌 지역은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평준화 지역인 대도시의 경우 전반적으로 좋은 학교와 학원이 많아 평준화와 비평준화의 효과를 따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비평준화 지역인 농어촌도 학교 수가 적어 학생 간 능력 차이가 커 비평준화의 이점을 살리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주호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학교 선택권을 주는 방식으로 교육을 개혁한다면 큰 폭의 학력 상승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평가원 반박=KDI의 조사 결과에 대해 교육부와 평가원은 즉각 반박했다. 평가원 김경희 연구원은 "고2 학생과 고1 학생의 학업 성취도 향상을 비교했다는 이번 연구는 동일한 학생의 1년간 추이 비교가 아니라는 점에서 신뢰성이 낮다"고 말했다. 모집단이 다른 고1, 2 학생들의 학력 성취도를 동일한 시점에서 비교한 것은 이번 연구의 결정적인 결함이라는 것이다.

강홍준.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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