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자원 확보 둘러싼 21세기 ‘새로운 냉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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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자원전쟁
에리히 폴라트 외 지음, 김태희 옮김
영림카디널, 416쪽, 1만5000원

에너지 전쟁 이야기가 아니다. 원유에서 설탕· 커피· 물까지 천연자원을 둘러싼 세계 각국의 물밑 각축전을 분석한 보고서다. 독일의 이름난 시사주간지 슈피겔의 기자들이 현장취재를 통해 생생한 이야기를 전한다. 현장감과 깊이를 갖췄으면서도 두툼한 책이 단숨에 읽힐 정도로 흡인력이 있어 부럽기만 하다.

원제 ‘새로운 냉전’처럼 지은이들은 21세기국제정치 구도를 소리 없는 자원확보 전쟁으로 규정한다. 이건 그리 낯선 시각이 아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목적이 이라크 국민을 위한 ‘민주주의 이식’도 아니고 대량 살상무기 폐기를 통한 세계평화 확보가 아니란 것쯤은 알 만한 이들은 다 안다. 중국의 국가원수가 아프리카를 순방하며 선심을 써대는 것도 결국은 에너지 확보를 위한 것도 익히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다. 러시아가 여전히 국제무대에서 큰 소리를 칠 수 있는것도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권을 쥔 덕분이란 것도 구문이다.

이 책의 미덕은 그런 사실을 철저한 자료 조사와 취재로 뒷받침한다는 점이다. 인도와 더불어 세계 에너지 소비의 블랙홀로 떠오른 중국사례를 보자.
 
2004년 중국 혼자 전 세계 석유소비증가분의 36%를 차지했다. 이에 앞서 2002년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석유소비국이 되었다. 그런데도 중국의 평균 에너지소비량은 미국의 13분의 1에 불과하다. 만일 미국 수준에 이르면 중국은 하루에 9000만 배럴 이상의 석유가 필요하게 되는데, 이는 현재 전 세계 하루 석유생산량보다 많다. 불행하게도 다른 대안이 마땅치 않단다. 중국지도부는 매년 최소 8%의 경제성장이 필수적이라 본다. 그래야 실업난으로 인한 시위사태를 막고, 빈부격차를 줄이며 사회복지제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핵 개발로 국제적 고립상태에 있는 이란에 700억 달러 규모의 투자에 합의하고, 미국을 자극하는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정권과 손을 잡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지은이들은 미래의 에너지들도 분석했는데 결과는 대체로 비관적이다. 바이오 에탄올이나 알코올, 바이오매스 등 대부분의 대체에너지가 효율이나 안전성에서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천연자원을 키워드로 국제정치를 분석했지만 정책담당자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심각성을 알기 위해 읽어둘 만하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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