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투표제 논란 주총 달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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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주총 시즌을 앞두고 집중투표제가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소액주주나 시민단체들로부터 도입 요구가 잇따르는 가운데, 이를 채택하는 기업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시가총액 기준 국내 20대 기업 가운데 8곳은 이미 도입했고 두 곳은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SK㈜는 23일 집중투표제가 주총 안건으로 상정됐다고 공시했다. 이에 앞서 포스코는 지난 20일 이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미 도입한 곳은 한전.KT.KT&G 및 국민은행.신한지주.우리금융.하나은행.외환은행 등이다.

20대 기업 중 절반이 도입했거나 할 계획인 셈이지만 대부분 은행과 공기업(또는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기업)들로 전통적 민간 대기업들은 도입을 주저하는 추세이기도 하다.

도입한 업체들은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소액주주의 권한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선진국에서도 아직 도입한 곳이 많지 않은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SK의 경우에도 다음달 12일 열릴 주총 안건으로는 올렸지만 이 제도의 도입에 이사회는 유보적인 입장으로 알려졌다. 주총 안건이 된 것은 SK 측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외국인 대주주인 소버린 자산운용 측이 주주제안으로 집중투표제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SK 관계자는 "미국 5백대 기업도 10%만 채택하는 등 아직 검증이 필요한 제도"라고 말했다. 결국 주총에서 표대결을 거쳐야 이 제도의 도입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박근용 팀장은 "대주주가 내세운 이사 후보에 문제가 있을 경우 주주들이 표를 모아 이사 선임을 저지하는 등 대주주의 횡포를 견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업 경영에 필요한 과감한 결단을 막는 요소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김승현.손해용 기자

◇집중투표제= 주주들에게 선임할 이사 수와 같은 수의 의결권을 줘서 이사 후보자 1인 또는 복수인에게 집중해 투표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예컨대 이사 3명을 뽑을 때 각각에 대한 찬반만을 묻는 게 전통적인 선임 방식이라면, 집중투표제는 1주당 3개의 의결권을 주는 식이다.따라서 특정 후보에게 3표를 몰아주고 나머지 두 명에게는 한 표도 주지 않을 수 있다.물론 세명에게 골고루 한표씩 줄 수도 있다.상법이 정한 규정이지만 증권거래법에 정관에서 배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서 도입 여부는 주주총회에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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