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治産物4개은행 대동.동남.동화.평화 경영성적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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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경영부진을 이유로 조성춘(趙成春)대동은행장이 임기를 1년도 못 채운채 돌연 도중하차하자 노태우(盧泰愚)정권당시 선거공약으로 탄생한 4개 은행의 경영성적표에 대해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 은행들이 신설은행이란 핸디캡을 딛고 제 힘으로 잘걸어가면 몰라도 그렇지 못하면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정치적산물이란 오명(汚名)과 함께 자칫 거센 금융환경 변화에 휩싸여다른 곳에 합병될 가능성도 크다는 관측마저 심심치 않게 나오고있기 때문이다.
화제의 4개 은행은 지난 89년 당시 잇따라 신설된 대구의 대동은행,부산의 동남은행,서울의 동화은행,그리고 3년뒤 생겨난평화은행이다.
이들은 얼굴과 성격은 저마다 다르지만 모두 盧대통령 시절 선거공약의 산물이란 공통된 탄생배경을 갖고 있다.이중 마치 쌍둥이 형제처럼 닮은 꼴인 대동은행.동남은행의 현주소와 향후 행보가 더욱 눈길을 끈다.
동남은행은 지난 87년 당시 盧대통령후보가 대선 공약으로 『부산지역을 국제 금융도시로 만들기 위해 지방 중소기업 지원을 주로 하는 은행을 하나 만들겠다』고 약속해 생겨났다.그로부터 두달 뒤 『대구는 왜…』라는 불만이 제기됐으며 이 지역에 대한무마용으로 대동은행이 태어났다.이제 출범 5년째,두 은행의 성적표는 조금씩 차이가 나며 격차가 생겨나고 있다.
대동은행은 경영부진으로 2년째 배당을 못해 지난해 권태학(權泰學)행장이 물러난데 이어 이번에 趙행장이 역시 같은 이유로 퇴진하는 바람에 경영공백 상태까지 빚고 있다.
반면 동남은행은 지난 91년부터 비교적 건실한 배당을 해오고있으며 경영진의 흔들림도 보이지 않고 있다.대구은행 출신과 타행 출신 사이의 갈등으로 투서가 잦은 대동은행과는 달리 동남은행은 경영진의 불협화음이 거의 없다는게 주변 이 야기다.
대동은행은 여러 면에서 「불운」했다.무리하게 주식투자를 했다가 큰 손해를 보았다.한국이동통신 주식을 상당량 갖고 있다가 주가가 떨어지는 바람에 낭패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두 은행의 차이는 외부 변수보다 내부 힘의 응집력에서찾아야 한다는게 금융계의 지적이다.
대동은행의 경우 대구은행에 합병될 것이란 루머가 한동안 나돌았는데 최근에는 또다시 기업은행 흡수설에 시달리고 있다.그러나부산의 동남은행측은 『대구의 대동은행과 비교하지 말라』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북 5도민의 표를 의식해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지는 동화은행은 최근 좋아지고 있다.지난해 사정 바람과 금융사고에 휘말려 행장들이 줄줄이 물러난 악몽을 씻고 정상 궤도에 진입하는 모습이다. 올해 주식시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이들 3개은행의이같은 중간 성적표가 반영돼서인지 공교롭게도 주식 장외시장의 가격도 「동화-동남-대동은행」순이다.
노총의 끈질긴 요청으로 근로자의 은행을 표방하고 탄생한 평화은행은 시중은행 가운데 출발이 가장 늦다.그러나 지난해말 현재성적은 가장 좋다.당기순이익이 1백억원을 웃돌고 있으며 올 2월 주총때 첫 배당을 실시할 예정이다.
〈金光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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