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영어교사 초청해‘글로벌 코리안’키워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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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한국의 뛰어난 젊은이들이 국제 무대에 진출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영어라는 언어 장벽 때문입니다. 만약 한국이 영어가 공용어인 인도를 비롯한 제3세계에서 우수한 교사들을 대거 초빙해 영어는 물론 수학·과학 등 여러 과목을 영어로 수업하게 한다면, 한국인들은 영어라는 날개를 달고 세계 무대에서 비상할 것입니다.”

나게시라오 파르타사라티 주한 인도대사(53·사진)가 한국 사회에 과감한 제안을 했다. 그는 “한국의 영어 수준을 확 끌어올리려면 원어민 교사들이 영어 과목은 물론 수학·과학 등 다양한 학과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게 해 학생들이 영어에 익숙하게 해줘야 한다”라고 충고했다.

인도와 싱가포르·네덜란드·핀란드 사람들이 사교육 없이도 영어를 잘하는 것은 원어민 수준의 교사가 영어로 학과목을 가르치면서 학생들이 영어에 익숙하게 해준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한국도 원어민 수준의 교사만 충분히 확보하면 학생들의 영어 수준 향상은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파르타사라티 대사는 “최근 한국의 일류 경영대학원(MBA)을 마쳤다는 기업인을 만났더니 자기 의사를 영어로 표현하지 못해 통역을 둬야 했다”며 “영어를 제대로 못하면 글로벌 기업에서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은 물론, 젊은이의 경우 취업 인터뷰 기회를 얻기도 힘들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한국 젊은이들은 열정과 실력이 뛰어나 영어 구사 능력만 더한다면 국제 무대에 대거 진출해 청년 실업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도가 최근 경제발전을 이루고, 인도인들이 미국 등 국제 무대에 진출해 활약할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는 영어”라고 강조했다.

그의 발언은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영어 교육 강화를 약속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영어로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영어 교사 3000명을 양성하고, 영어로 하는 수업을 확대하며, 원어민 보조교사를 확보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미국·영국 등 잘 사는 나라의 자격 있는 교사들이 적은 돈에 만족하며, 한국에 올 이유가 없어 인력 확보가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대해 파르타사라티 대사는 “인도에는 영어로 학과 수업을 할 수 있는 값싸고 자격 있는 교사들이 풍부하며, 국제적으로도 수준이 검증이 됐다”라고 강조했다.

예로 전세계 누구라도 인도의 온라인 교육사이트인 튜터비스타(www.tutorvista.com)에 매달 100달러(약 9만5000원)를 내면 하루 45분씩 석사 출신 인도인 교사로부터 영어로 각종 과목을 배울 수 있으며 이는 심지어 미국 등 영어권 학생에게도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내용은 뉴욕 타임스에 자세히 보도됐다. <본지 2007년 11월 2일자 18면>

하지만 굳이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어서 억양이 있는 인도인 교사들이 한국인 영어 능력 향상이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에 그는 “한국인들은 영어하면 미국식 영어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맞받았다.

글로벌 언어인 영어의 핵심은 커뮤니케이션(의사 소통)이지 미국식 억양·발음·문법 등은 부차적이라는 설명이다. 중요한 것은 영어로 듣고 영어로 답하는 능력이지 억양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그는 인도식 영어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보려는 듯 한국 학생들을 인도에 초청해 영어와 정보기술(IT)를 배우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파르타사라티 대사가 이렇게 영어 교육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그의 독특한 이력 때문이다. 그는 인도의 마이소르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공학도 출신으로 명문 방갈로르대에서 산업관리 석사, 국제마케팅 MBA를 마쳤다. 민간 기업에서 6년간 간부급 엔지니어로 실무를 하며 여러 나라 사람과 영어로 의사소통하며 함께 일하는 경험을 쌓은 뒤 1981년 외교관으로 변신했다.

2005년 9월 한국에 부임한 그는 한국과 인도간의 교류사에 대해 관심이 많다. 고대 가야국의 시조 김수로왕과 결혼했다는 인도 공주 슈리라트나(한국에선 허황후로 알려짐)의 생애를 그린 역사소설 『비단황후』(김양식 옮김·여백)를 지난해 6월 펴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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