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드 러너: 파이널 컷(특별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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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호 14면

2019년의 LA. 노동과 전투용으로 만들어진 복제인간이 우주 식민지에서 반란을 일으킨 뒤 지구로 잠입하자 특수경찰대 ‘블레이드 러너’ 소속 형사 데커트는 그들을 뒤쫓아 살해하라는 임무를 받는다. 필립 K 딕의 SF 소설에 바탕을 느슨하게 두고, 윌리엄 S 버로우즈의 중편에서 제목을 딴 ‘블레이드 러너’는 SF 영화의 대표작이다.

이용철의 ‘DVD 골라드립니다’

‘블레이드 러너’는 유한한 존재의 죽음에 대한 공포, 창조주와 피조물의 대결이라는 주제를 다루어 신화적 영역에 도전했으며, 패션·뮤직비디오·건축 등에 지워지지 않을 영향을 끼쳤다.

지난한 제작 과정을 뒤로 한 채 등장한 영화는 당시 환영받지 못했으나 소수의 팬들에 의해 극적으로 재발견됐고, 제작사와 감독은 그런 열망에 맞춰 다른 버전을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다섯 개에 이르는 다양한 판본이 존재하게 된 배경은 그렇다. 개봉 25년을 맞은 올해, 감독의 참여 아래 원본 필름의 복원과 디지털 보정을 거쳐 공개된 ‘파이널 컷’은 여느 신작보다 주목을 더 받았다. 이번에 나온 DVD는 그 결과물이다.

본편의 영상은 놀라움 자체다. 눈과 귀가 아무리 둔한 사람이라도 이전 버전과의 확연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을 게다. 3개의 음성해설 중 눈이 먼저 가는 건 감독의 것이지만, 영화의 전설과 뒷이야기에 관한 다양한 진술이 오가는 제작진의 것도 필청이다.

물경 154분에 이르는 부록 ‘위험한 나날들: 블레이드 러너 만들기’는 영화의 시작부터 영화에 대한 평가까지를 보여 주는, 실로 방대한 기록물이다. 이 정도 DVD로도 영화에 대한 예의를 다했다고 보는데, 제작사는 다양한 버전을 수록한 다섯 장짜리 ‘궁극판’을 따로 내놓았다. 팬들로선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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