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 부르는 마법의 비눗방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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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호 21면

맨손에 입김을 후후 불어넣는다. 말랑말랑한 밀가루 반죽 같은 비눗방울이 손바닥에서 부풀어오른다(버블 에볼루션). 어린이 관객 두세 명을 무대 위로 불러낸다. 훌라후프 같은 채 안에 아이들을 들여놓고 채를 끌어올리니 거대한 비눗방울 막이 아이들을 감싼다(미 인 어 버블). 눈송이 같은 비눗방울이 무대에서 객석으로 퍼져나간다. 12대의 레이저빔이 쏘는 빛을 받자 무대와 객석이 마치 깊은 바다에라도 빠진 양 푸르스름하게 반짝인다(오션 오브 버블).

팬 양의 ‘화이트 버블쇼’

비눗방울만으로 동심과 마법의 세계를 펼쳐 보이는 버블 아티스트 팬 양(Fan Yang)이 또다시 한국을 찾았다. 유고와 헝가리계 아버지, 중국과 베트남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20대까지 유럽 서커스 유랑단원으로 활동하면서 비눗방울 연구를 시작했다. 우연히 덴마크 TV에 출연하면서 본격적인 퍼포먼스 아티스트의 길로 들어섰고, 길이 156피트(47.4m)의 비눗방울 벽(1997)을 시연하는 등 기네스 세계기록을 14번 수립했다.

버블 아티스트로서 명성을 높이던 중 국내 기획사와 만나면서 시청각적 효과를 높인 대형 쇼를 펼치게 된다. 이번 공연도 아티스트를 제외하고 연출·음향·특수효과·조명·무대세트 등 ‘하드웨어’는 모두 국내 제작진의 작품이다. 앞서 올 2월부터 6개월간 미국 오프 브로드웨이에서도 성공적인 관객몰이를 한 바 있다.

큰 얼개는 팬 양의 자전적 스토리를 버블 쇼로 풀어내는 것. 가난한 시절 아내에게 반지 하나 못 해주던 마음을 담아 하늘에 띄우는 ‘클라우드 링’이나 눈이 오지 않는 하와이에 사는 조카에게 보여주기 위해 만든 ‘비눗방울 눈’ 같은 식이다.

이번 공연에는 조명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알록달록 색을 입힌 비눗방울이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어린 시절 동심으로 돌아가는 듯한 무대 연출에다 관객 참여 코너도 활발해 어린이와 함께하는 가족 공연으로 호응이 높다. 31일과 매주 토요일 저녁에는 부부나 연인에게 비눗방울에 새겨진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는 ‘버블 프러포즈’ 이벤트도 마련된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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