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舊臘-지난12월.한달내내 臘祭를 지내는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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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구(舊)는 본디 귀깃(.草가 아님)달린 새(추)가 새집(臼.
절구가 아님)위에 앉아 있는 형상으로 「부엉이」를 뜻했던 것이다. 후에 이 글자가「옛날」이라는 뜻으로 전용(轉用)돼 「부엉이」를 뜻하는 글자를 새로 만들게 되었는데 그것이 휴(부엉이 휴)자다.야행성이었으므로 사람들이 보기에 낮에는 늘 한가롭게 휴식이나 취하면서(休) 노는 새(鳥)로 보였던 것이다 .납(臘)은 獵(사냥할 렵)과 같은 글자다.
옛날 중국에서는 납제(臘祭)의 풍속이 있었다.매년 12월이 되면 동네 사람들이 공동으로 사냥(獵)을 해 그 포획물로 동네제사를 올림으로써 송구영신(送舊迎新)하는 것이었다.
그날을 납일(臘日)이라고 했다.대체로 동지(冬至)를 지내고 세번째 돌아오는 술일(戌日)에 올렸다가 후에는 섣달 초8일에 올렸다. 초기 납제의 대상은 조상이었다.그러던 것이 대상이 여러 신으로 확대되고 규모도 성대하게 되면서 납일 하루로는 납제를 올리기에 부족하게 되었다.그래서 하루 이틀 늘리다 보니 12월이 온통 납제의 달이 되고 말았다.
이때부터 납(臘)은 음력 12월을 뜻하는 말이 되었다.
그래서 납제에 두드리는 북을 납고(臘鼓),이때 쓰이는 고기를납육(臘肉),12월에 피는 매화를 납매(臘梅),연말의 마지막 모임을 납회(臘會)라고 한다.구랍(舊臘)이라면 「지난 12월」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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