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군 위안부 영화 만든다-정지영 감독 "울밑에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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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8년에 걸쳐 기획된 『울밑에선 봉선화야-종군위안부』가 내년 1월15일 전후로 제작에 돌입한다.
2차대전 중 동남아.태평양전역에서 일제에 의해 자행된 종군위안부의 비극을 그리게 될 이 영화는 희생자들의 아픈 상처를 드러낼 수밖에 없고 40억원 이상 투입될 제작비 조달의 문제로 그동안 제작이 미뤄져 왔다.
그러나 제작사 ㈜대동흥업(대표 도동환)은 아직도 그 실상이 모두 밝혀지지 않은 종군위안부 문제를 영화화해 반성의 계기로 삼는다는 데 의의를 갖고 제작돌입을 결정.내년은 광복과 종전 50주년이자 유엔이 정한 「종군위안부 보상판결의 해」라는 점에서도 영화제작이 각별한 의미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제작비 조달에서도 최근 기업체의 참여가 활발히 논의되고 있어곧 제작파트너가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지금까지 교섭중인 기업체는 삼성 드림박스.대우전자.청구주택.우방주택 등이다.
『명자 아키코 쏘냐』를 쓴 송길환씨 등 4인이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완성했으며 『남부군』『하얀전쟁』의 정지영감독이 연출을 맡는다.촬영은 중국.남양군.일본에서 올로케하며 출연배우는 국내는 물론 일본.중국.대만.태국.말레이시아.필리핀. 베트남등 7개국에서 캐스팅할 계획이다.
국내배우는 이 영화가 국제성을 띤만큼 기존스타보다 신인을 공모해 기용할 생각이다.신인공모는 31일까지 응모를 받아 1월15일 전에 10명내외의 주연급을 결정한다.(연락처 (278)0696) 일본배우의 출연은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일본 대중문화의 국내유입을 막고있는 정책 때문에 일본배우의 한국영화출연이 제약을 받고 있기 때문.문화체육부는 지난 89년에도 대동흥업이제작하려한『현해탄은 알고 있다』의 일본배우출연을 승인하 지 않았다.그러나 올해초부터 문체부가 국제합작을 권장하고 나섰고 영화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본배우출연을 굳이 제약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어서 영화사는 일본배우출연이 실현될 것으로 보고 있다.출연할 일본배우는 엑스 트라를 제외하고 약 50여명이다.
이외에도 이 영화에는 대만의 쉬러슈안(徐若渲)(『소녀대』『笑林小子』등 출연)을 비롯,필리핀.베트남의 주연급 배우들이 대거출연하게 된다.
개봉시기는 내년 광복절 전후로 잡고 있으며 세계 20여개국에서 동시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대동흥업에 따르면 이미 하와이영화제 등 국제영화제로부터 출품제의가 쇄도하고 있으며 칸이나 베를린영화제에 출품 입상할 수 있는 국제적 수준의 영화로 만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대동흥업이 제작한 박종원감독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세계 30여영화제에 출품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李揆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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