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탁아방 서울 이촌동에 첫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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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애키우는 일이라면 우린 「프로」예요.푸근한 할머니 품에 한번 맡겨보세요.』 시간적으로 여유있는 신세대(?)「예비할머니」들이 3세이하의 영아들만 돌보는 「할머니탁아방」을 만들어 화제다. 서울용산구이촌동에 첫선을 보인 「청삼영아교보센터」((790)9399)는 센터운영자와 보육교사.자원봉사자 모두 아기돌보는 일에서 삶의 기쁨을 찾는 예비 할머니들.
『세남매가 웬만큼 자란뒤 남는 시간을 뭘하며 지낼까 고민하다찾은게 탁아방입니다.얼마나 즐거운지 몰라요.』 지난 92년 3월 이 탁아방을 개설한 원장 원정선(元禎鮮.50)씨는 「제2의인생」을 시작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아파트에 탁아방 문패를 걸게됐다.평생교육원도 다녀보고 대학원에도 등록해 공부에 매진하던 元원장은 석사논문 준비로 서울시 내 탁아소들을 다녀보다 현재의열악한 탁아현실에 충격을 받고 탁아방을 열게됐다고 털어놓았다.
일가진 젊은 엄마들의 가장 심각한 문제인 탁아문제와 늘어만 가는 젊은 노인들의 문제.이 두가지를 한번에 해결하는 바람직한모델이 됨직한 이 할머니 탁아방에는 元원장외에 내년이면 예순이되는 오선옥(吳仙玉.59.서울가양동)씨가 보육 교사로 맹활약중. 또 吳씨의 친언니인 해옥(70)씨는 1년넘게 자원봉사로 아이들을 돌보고 있으며,최근엔 남편의 권유로 자원봉사자로 나선 이정희(李定嬉.55.서울동부이촌동)씨가 가세해 총 4명이 활동중이다. 『아이들은 그냥 노는 거지만 우리에겐 하루에도 몇번씩큰 기쁨을 주지요.이 일을 시작하기 전엔 온몸이 쑤시고 아프던것이 이젠 말끔히 나았어요.』탁아방이 개설되던 때부터 교사로 활약해온 吳선옥씨의 얘기다.
30평 남짓한 아파트 전체를 아이들의 놀이공간.식사 공간.잠자는 곳등 온통 아이들의 천국으로 꾸며놓은 이 탁아방에는 오전10시30분부터 오후6시30분까지 다섯명의 영아들이 보살핌을 받고있다.탁아비는 종일반이 월40만원,반나절은 월 20만원.
『할머니들이 너무 힘들지 않을까,할머니가 키우면 의존적인 사람으로 자라지 않을까하고 걱정하는 경우를 봅니다.하지만 우리 탁아방을 한번 와서 보기만 하면 그런 걱정은 금방 기우임을 알게 될거예요.』元원장은 할머니들이 아이들을 자율적으로 키우는 교육을 받은뒤 할머니탁아를 시작하면 이같은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元원장은 그동안 롯데문화센터와 대한어머니회에서 가정탁아모 교육을 해왔으며 내년부터는 두란노문화센터((556)2094)와 미도파문화센터 (상계점)에서도 이같은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세남매가 결혼해 아이를 낳으면 손자를 키우면서 남의 아이도한둘은 같이 키워 볼 생각이에요.』자원봉사로 일하며 너무도 많은 것을 배운다는 李씨는 세대간의 연결이란 점에서도 할머니 탁아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노년의 일거리를 통해 경제적자립도 할 수 있으며 꼭 필요한 존재로 대접도 받을 수 있다고 자랑하는 이들은 다른 많은 예비할머니들에게 권하고 싶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文敬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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