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신권력의 사람들 ① 박영준과 김대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이명박 비서실엔 '투캅스'로 불리는 일등공신 두 사람이 있다. 박영준(47.사진(左)) 네트워크 1팀장과 김대식(45.(右)) 네트워크 2팀장이다.

중앙과 지방의 선대위가 당의 공조직을 관리했다면 두 사람은 이 당선자의 특명을 받아 전국의 민간 지지 조직을 장악했다.

두 사람의 배경과 이력은 판이하다.

박 팀장은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이다. 이 당선자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 부의장의 보좌관을 11년간이나 지냈다. 이 당선자 주변의 권력관계에 무척 밝다. 경북 칠곡 출신으로 전형적인 '경상도 사나이' 외모에 말수도 적다.

반면 김 팀장은 광주(전남) 출신이고, 전국대학학생처장협의회 회장을 지낸 현직 대학교수(부산 동서대 일문과)다. 깔끔한 외모에 언변이 뛰어나다. 안 어울릴 것 같은 두 사람의 특징이 아이러니컬하게도 선대위 최고의 팀워크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은 지방에서 살다시피했다. 전국 243개 지역구를 여섯 번이나 돌았다. 이들이 발품을 팔아 만들어낸 작품이 전국 회원 수 463만 명을 자랑하는 '선진국민연대'다. 이 모임엔 교수포럼, 각종 산악회, 오프라인상의 팬클럽, 시민단체, 심지어 신용불량자들의 지지 모임까지 망라돼 있다. 흩어져 있는 조직을 두 사람이 네트워크로 엮었다. 전국 지부를 갖춘 산하 조직만 246개다. '이명박의 노사모'라 불리는 거대 조직이다.

두 사람이 함께 움직인 건 2006년 7월부터다. 서울시장 때부터 이 당선자를 도운 박 팀장이 이 당선자에게 김 팀장을 추천했다. 2003년 '서울시장 이명박'의 첫 대학 특강이 김 팀장이 있는 부산 동서대였다. 이때 처음 만난 박 팀장과 김 팀장은 이 당선자의 대학 특강을 함께 기획하며 친분을 쌓았다. 지방 교수들의 조직을 만들 때는 지방대 교수인 김 팀장이, 정치적 감각이 필요한 일엔 박 팀장이 앞장을 서는 역할 분담을 했다.

에피소드도 많다. 두 사람은 이 당선자를 지지하는 6명의 농촌지도자가 모여 있다는 얘기를 듣고 한밤에 차를 몰아 충북 수안보로 달렸다. 지리산 중턱의 산골마을이든, 목포 앞바다에 있는 압해도 횟집이든 지지자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렸다. 두 사람이 뿌려대는 엄청난 명함 비용 때문에 당에서 항의를 받기도 했다.

서승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