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여성 "나도 성형미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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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북한에선 한번도 외모 때문에 걱정한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여기 남한에선 외모도 경쟁력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됐지요."

19일 강남의 한 성형외과 수술대 위로 이나경(가명.27.여)씨가 올랐다. 함경도 출신인 李씨는 2002년 8월 혈혈단신 한국에 들어온 탈북 여성.

지난해 한 대학의 간호학과에 편입한 李씨는 올해 졸업반이 됐다. 그러나 간호사의 꿈을 사회에서 펼치기 위해선 실력 못지않게 용모도 중요하다는 현실의 벽을 깨닫게 됐다고 한다.

이날 李씨가 받은 것은 이른바 '귀족수술'. 허벅지와 엉덩이에서 지방을 떼어다 이마.볼.눈두덩이에 주입하고, 입술을 도톰하게 하는 등 전반적으로 인상을 복스럽게 만드는 수술이었다. 비용은 2백50만원.

李씨는 "'취업은 외모가 당락의 변수'라는 얘기를 친구로부터 들은 뒤 미처 몰랐던 남한 사회의 한 단면을 알게 됐다"고 수술 동기를 설명했다. 그는 위생에 신경쓰는 직업 특성상 머리를 단정하게 묶어야 하기 때문에 유난히 야위어 보여 속칭 '빈티'가 나는 용모 콤플렉스가 걱정이었다고 한다.

특히 취업전선에서 실력있는 선배들이 줄줄이 미끄러지는 반면 성적은 좀 떨어져도 외모가 괜찮은 학생들은 쉽게 직장을 구하는 모습을 보고 수술 결심을 굳히게 됐다고 李씨는 말했다.

정부에서 보조하는 등록금을 제외한 李씨의 수입은 현재 매달 국가에서 받는 생활지원비 60만원이 전부.

2백50만원의 수술비는 직장을 구한 뒤 조금씩 갚아나가기로 병원 측의 양해를 얻었다. 수술을 집도한 성형외과 박현(40)원장은 李씨가 자신감을 갖고 남한 사회에서 자립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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