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땅키우기>서울 청운동 129일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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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집 지을 대지가 너무 좁으면 설계하기도 어렵고 공사비도 많이들게 된다.또 연건평도 적다보니 전체 공사비도 얼마되지 않아 건실한 시공업자들은 채산성이 없다며 외면하기 일쑤여서 일 추진에 어려움이 따른다.그래서 이웃과 함께 공사를 추진하기도 하고아예 대지를 합쳐 합벽(合壁)개발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청운동129일대 대로변에 세워진 점포주택은 언뜻 보면 1개동의 건물같지만 실제론 2개동으로 구성돼 있다.
당초 오래전부터 단층 한옥집에서 문방구를 운영하던 건축주의 신축계획을 의뢰받은 건축가 표상권(表相權.한국종합건축 소장)씨가 비슷한 규모인 옆집의 주인을 설득,점포주택 건립을 함께 추진해 동시에 완공시킨 것이다.
문방구 건물의 대지는 32.4평에 불과한데다 도로변 대지 경계선에서 3m나 뒤로 물러나 건물을 앉히도록 조건이 붙어있는 미관지구여서 혼자 건물을 짓기엔 조건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부산에서 의상실을 운영하는 옆집주인(디자이너 배용)을만나 공동으로 건물을 짓는 안을 제시,공동개발형식인 합벽개발보다 각기 자기 건물로 만들되 건물 볼륨이 커 보이도록 외관을 같은 형태로 만드는 쪽으로 합의가 이뤄졌다.
특히 이번 공사는 한 건설업체에 두 건물의 공사를 맡겨 한채를 지을 때보다 공사비가 적게 나오도록 했고 주변 분위기도 한층 새로워져 건물의 재산적 가치도 높아졌다.
두 건물의 규모는 모두 지하1층 지상4층규모로 3,4층은 주택으로 꾸며 1개층은 임대를 주고 나머지는 주인들이 직접 거주하는 점포주택이다.공사비는 전체 연면적이 82.7평인 문방구 건물의 경우 평당 2백18만원,의상실 건물(연면적 87.7평)은 평당 2백23만원정도가 소요됐다.건물의 품위유지를 위해 비싼 건축자재를 사용,일반 점포주택보다 공사비가 다소 많이 들었다. 외부자재는 붉은 벽돌로 마감,고급스런 분위기가 나도록 했고 두 건물이 한 건물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 건물과 건물 사이의 1m공간을 벽돌벽으로 연결했다.
두 점포주택의 용도는 문방구 건물의 경우 1층 15.7평은 건축주의 사업인 문방구로 사용하고 각기 15.7평규모인 3,4층의 주택은 건축주가 모두 쓰도록 했으며 사무실로 만든 2층(15.7평)과 지하층(19.9평)은 임대를 주었다 .
문방구 집보다 대지가 다소 넓은 의상실 건물은 지하층 15.
3평과 1층 18.9평을 건축주가 직접 운영하는 의상 스튜디오로 사용하고 2층(18.6평)과 3층주택을 임대했으며 4층은 건축주 가족이 사용하고 있다.
이같은 멋스런 건물 2개동의 영향을 받아 주변의 허름한 구옥들이 속속 재개발되는 추세이고,특히 일반적인 점포주택보다 다소공사비를 많이 들이더라도 품격있는 외관을 만들 경우 재산적 가치가 훨씬 높아진다는 점을 보여줘 일반인들의 관 심을 끌고있다. 〈崔永振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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