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인생기를살린다>15.丹田의 정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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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기를 말할때 빼놓을수 없는것이 丹田이다.그러나 동서양을 막론하고 기에 대한 연구중 정작 단전 그자체에 대한 연구는 소외되고 있는 실정이다.연구의 대부분이 기 자체의 물질성과 임상효과에 관해서만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단전의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추호의 의심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보인다. 외과의사로 현재 경희대와 중앙대 의과대학 외래교수며 대한身心스트레스학회 명예회장을 맡고 있는 황준식 교수가 지난9월 일본의 규슈 (九州)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발표한 연구논문 "단전의 위치에 관한 고찰"의 내용을 발췌해 소개한다. 국내에서이러한 연구가 특히 서양의학을 전공한 외과의에 의해 이뤄졌다는사실이 고무적이다.
(편집자註) 기는 동양권에서만의 개념이 아니고 고대 그리스시대 히포크라테스 이전부터「푸네우마(PUNEUMA)」라는 표현으로 관찰되어진다. 당시에는 산소(酸素)와 공기,그리고 영(靈)까지를 포함한신비한 물질(?)로 파악되고 있었는데 동양의 기와 비슷한 개념으로 사용됐다.
인도지방에서 탄생한 요가에서는 푸라나(PURANA)가 기본개념인데 이것 역시 기의 개념과 비슷하게 이해되어 왔다.
따라서 기라는 개념은 한국이나 중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수천년동안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널리 인식되고 사용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구에서도 데카르트와 뉴턴의 시대를 겪으면서 소위 말하는 과학에 밀려 자취를 감추었던 푸네우마의 개념이 근래에 이르러 재평가되면서 기(Qi,Qui,Xi,Chi)라는 표기로 다시 등장하고 있다.
다시말해 기의 정체를 명백히 밝혀내지는 못했으나 존재가 인정되어 왔고 또 생체에 미치는 효능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공감대를형성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의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우선 기의 밭(丹田)에 대한 개념조차 확실하지 않다.
흔히 제하단전(臍下丹田)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배꼽을 기준으로단전의 위치를 정하는데 문헌에 따라 달라 일정하지가 않다.
갈홍(葛洪)의 포박자(抱朴子)지진편(地眞篇)에는 두치 네 푼(或在臍下二寸四分丹田中)이라 되어 있고,일본의 하쿠인선사(白隱禪師)는 단전을 제하세푼(臍下三分),기해(氣海)는 한 치 닷푼이라 했고,가이바라 엣켄(貝原益軒)은 제하 세치를 단전이라고 했다. 단전의 위치가 제하 한치반(寸分),두치(二寸),세치(三寸)등 일정치가 않은 것이다.
한국에서는 문헌상 또는 실제 수행자들의 경험상「배꼽아래 한 치 닷푼」이라는 개념이 다수를 차지한다.
단전호흡의 표준화와 아울러 효능의 극대화를 위해 단전의 위치에 대한 조사를 해보았다.조사대상은 13명으로 최하 27세에서최고 60세,평균 41.6세를 보이고 있고 수련기간이 3년수련자 한사람을 빼고는 모두 6년이상 25년까지로 평균 10.7년이다. 그 결과 두사람은 단전을 점으로 표시했고 그중 한사람은「단전이 복벽(腹壁)에 있다」고 주장했다.
〈윗그림의 A〉 이사람은 단전을 경락(經絡)선상,혹은 경혈(經穴)로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또 다른 사람은 단전의 모양은 원통 또는 타원형으로 복벽에서등피부까지 연결된다는 경우도 있다.
〈윗그림의 B〉 복벽에서의 단전모양은 원에 가까우나 복강내에서는 타원형을 이룬다고 답한 경우도 있다.어쨌든 단전이란 크고작은 공(球)모양의「기 덩어리」로 복강내에 존재한다고 생각하고있다. 위치뿐 아니라 단전호흡시 복부내에서 기의 움직임에 대한느낌도 서로 다르게 표현하는데,고정된 크기인 불덩어리 혹은 작은 것으로부터 커지는 덩어리로 구름처럼 뭔가 잡히지 않는 느낌또는 꿈틀거리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결국 서로가 문자로 혹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것들을 경험하고있는 셈이 된다.
흐트러진채로 또 신비스러운 대로 그냥 두면서 발전시키는 것도매력이 있을수 있으나 서로가 터놓고 지혜를 모아 연구하여 단전의 모습을 더욱 확실히 하고,단순화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야만 기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과 효능이 더 자세히 밝혀지리라 믿어진다.
단전에 대한 생체적인 위치규명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져 공통적인 개념을 갖고 출발하는게 기에 대한 접근도 용이하고 깨달음으로 가는 길도 쉽게 할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단전의 위치를 복벽에 국한시키는데는 무리가 많고 복강(腹腔)내부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타당하며 여기를 중심으로 기라는 에너지가 전신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것이 옳을듯 싶다.
단전이 복강내부에 있을때 복강내에 존재하는 태양총(太陽叢)을위시한 자율신경계통과 장(腸)에 직.간접적인 활력소 역할을 할수 있고(Trophotropic Reflex)이것은 다시 전신적으로 정신과 신체에 영향을 주기때문에 단전호 흡으로 인한 복부장기조절이 제2의 뇌(腦)를 활성화시키는 것이라는 학자들의 주장도 타당성을 갖게 된다.
최근 일본에서 대두되는「단전의 위치와 중력의 위치가 일치할 때 정신력과 체력의 진정한 힘이 솟아 나온다」는 주장도 음미해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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