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골공원 老人 무료급식 김정현서울영등포署 전경관리반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中央日報 자원봉사 경연축제에 전국에서 32만여명의 시민이 나선 지난달 26일 오전 10시40분 서울종로구종로2가 탑골공원.버스 한대가 조용히 공원후문에 닿자마자 공원벤치에 쭈그려 앉아있던 2백여명의 노인들이 하나둘 버스를 향해 차 례로 줄을 서기 시작했다.
버스안에서 서울영등포경찰서 전경관리반장 김정현(金正鉉)경사(46)가 내려와 노인들에게 인사하며 무료급식을 시작하자 노인들은 金반장의 손을 잡고 등을 어루만지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공원 노인들에겐「金경사」로 통하는 金반장은 89년부터 서울에사는 가난한 노인들의 집결지처럼 돼버린 탑골공원에서 무료급식을벌여오다 中央日報의 캠페인 소식을 듣고 이 행사에 참여를 신청했다. 독실한 기독교신자인 金반장은 당시 경찰동료였던 김금복(金錦福.44)씨와『뭔가 보람있는 일을 해보자』고 뜻을 모았고 탑골공원을 찾는 수백여명의 노인중 상당수가 식사를 거르는「결식노인」이라는 사실을 알게된뒤 무료급식 봉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경찰공무원의 마음만 앞선 선행은 곧「현실의 벽」에 부닥쳤다. 가장 큰 장애물은 바로 봉사활동비의 부족.
하루 4백여명이 넘는 노인들의 식사비는 아무리 아껴도 하루에최소 25만원이 들었고 독지가가 기탁한 몇백만원의 기탁금도 곧바닥나 金경사는 반년을 버티다 급식을 중단하고 말았다.
『급식차를 기다릴 노인들 생각에 가슴이 미어졌지만 어쩔수 없었어요.5년간 한푼두푼 돈을 모으고 주변 독지가들을 찾아다녔어요.』 金경사의 갸륵한 정성이 알려지면서 적게는 2만원부터 50만원 이상의 성금이 전국 각지의 독지가들로부터 답지했고 金반장이 다니던 여의도순복음교회 권사모임회의 회원들이 1천여만원의거금을 마련해 주는등「기적」이 일어났다.
金경사는 결국 5년만인 지난해 11월부터 1주일에 5번씩 다시 무료급식차를 몰고 자원봉사원 60여명과 함께 탑골공원에 찾아올 수 있게 됐다.
『中央日報의 자원봉사 캠페인이 작은 사랑도 불우 이웃들에겐 큰 힘이 된다는 사실을 깨우쳐 주는 신호탄이 됐으면 합니다.』金경사는 쌀쌀해진 날씨속에서 노인들에게 국그릇을 돌리느라 뻐근한 허리를 펴며 밝게 웃었다.
〈表載容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