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내시경>南美에 反韓감정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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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남미지역의 반한(反韓)감정이 아르헨티나.브라질등에 광범하게 확산되면서 이민 서른해를 맞은 이 지역 교포사회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사태의 발단은 지난해 4월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한국인 의류공장 주인이 브라질 출신의 10대 불법체류 소년을 혹사시킨 혐의로 구속되면서부터.현지언론의 대부분을 소유하며한국인의 발전을 시기해온 유대인들은 「라 나시온 」등 유력 일간지.방송을 총동원,구속당일부터 지속적으로 『흡혈귀 코레아노 구속』『종업원들을 노예취급』이라는 원색적 용어와 함께 대서특필,현지인들의 감정을 자극했다.
당시 철저한 조사를 벌였던 아르헨티나 정부는 올10월에도 노동부.국세청 합동으로 조사단을 편성,코리아타운 주변의 의류공장.식당.식품점등 한인업소에 대한 기습조사를 벌여 수십건의 불법고용과 탈세를 적발했다.이에 자극받은 이웃 브라질 도 사웅파울루의 한인촌을 중심으로 불법체류자 고용여부를 내사하는등 라틴 아메리카 교민사회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
파히나-12紙의 경우 지난달 『헐값에 수입된 한국제 14,20인치 TV가 덤핑판정을 받은 것은 돈세탁된 마약밀매 자금이 수입과정에 개입됐기 때문』이라고 보도,한국TV를 구입하는 것이마약조직을 도와주는 것이라는 식의 악의적 비방을 하기도 했다.
아르헨티나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5분의1이상은 『한국사람이 우리와 똑같은 권리를 누리게 해서는 안된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아랍.유대인(각 17%),파라과이인(15%),이탈리아인(9%)보다도 훨씬 높은 적대감이다.
남미인들은 한국인에 대해 『이민을 받아주면 먹고 살만해진 뒤美.캐나다로 逆이민 해버리는 철새들』이라고 비판한다.한마디로 자국 자산 유출과 함께 「몸주고 뺨맞는」꼴 되기 십상이라는 불신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교민사회는 『3,4세까지 배출한 일본.중국계에 비해 정착민이란 인식을 심어주는데 소홀했다』는 자체반성과 함께 이미지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지난주 3만명의 교민이 거주하는 아르헨티나에서 벌어진 한인회장 선거는 4천4백 여명이 투표에 참가하는 「단결」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21세기를 목전에 두고 「이민 2세대」로 접어드는 과도기적 시련속에서 궁극적으로 보다 적극적인 자구노력과 현지化 움직임 없이 반한감정 치유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奉華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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