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업><94스타10걸>영욕의 한해 박중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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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하나의「대박」(흥행성공작)을 바라보는『마누라 죽이기』(17일개봉예정)를 비롯,『투캅스』『게임의 법칙』의 대성공,그리고 달콤한 결혼,대종상 남우주연상과 최고인기상,청룡상 남우주연상의 석권 등 이번 크리스마스 트리에 달 박중훈(30) 의 화려한 장식품은 얼마든지 많다.
그러나 종(鐘)만은 달 수 없는 사정이 있다.그는 소리를 죽인다.『인기인으로서 다른 사람들의 모범이 돼야 하는데… 올핸 영욕이 함께한 한해였습니다.』 데뷔 10년에 15편의 영화에 출연했고 또 어느 정도 인정도 받았지만 올해처럼 그의 영화가 화제와 흥행의 중심이 됐던 적은 없었다.그런 그에게 지난 10월의 대마초 사건은 심각하다기 보다 아이러니컬한 일이었다.
그는 지옥에 갔다온 것 같다는 표현도 썼다.그는「반성과 다짐」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말을 연거푸 털어놓았다.
검찰이 그를 선처하며 했던 말은 한국영화발전에 큰 기여를 했고 배우기근에 시달리는 한국 영화계에 역할이 기대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그만큼 올해 한국영화계에서 박중훈을 빼놓는다면 이가 빠진다.작년말에 개봉,올 4월까지『투캅스』열기 로 극장가를데웠으며 9월에 서울서만 18만명의 관객을 끈『게임의 법칙』에서 출세하기 위해 깡패가 되려는 비합리적 인간형인 용대역을 그는 특유의 선굵은 외모와 두툼한 입술로 밀어붙였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그의 연기는『인물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거기에 적응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케빈 코스트너보다말론 브란도같은 형의 연기를 좋아한다는 그는『올해는 10년 배우생활에 가장 마음에 드는 역을 했다』며『내년에 는 자기를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배역을 찾아 특화시키는 일이 과제』라고 한다. ***대마초 사건… 모범생활 “오점” 박중훈은 『나의 사랑,나의 신부』를 비롯,『투캅스』『게임의 법칙』『마누라죽이기』등 그의 대표작들이 코미디로 연기의 폭이 한정돼 있고,지금은이런 영화들이 한국영화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으나 흐름이 바뀌면「찬밥」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특정 연기영역을 전문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한다.
그는『이번 주 개봉하는「마누라 죽이기」는 오락물이지만 이면에는 신세대의 사랑과 일,가치관이 풍자돼 있다』는 자랑도 잊지 않았다. 대학(중앙대 연극영화과)재학 때 선배감독을 졸라 첫 영화『깜보』에 출연할 만큼 자기직업에 자부심과 애착을 갖고 있는 박중훈은 92년 뉴욕대에서 연기를 새롭게 공부하는 등 시원하고 소탈한 성격에 학구적인 면모도 지니고 있다.
글:李揆和기자 사진:朱基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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