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드에서>관중없는 골든글러브 시상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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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갖가지 파티와 행사가 많은 메이저리그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화려하고 대표적인 것이 올스타 브런치(All Star Brunch)와 골드 글러브 디너쇼다.
아침(Breakfast)과 점심(Lunch)의 합성어인 브런치는 보통 오전11시쯤 시작된다.까닭인즉 이 행사에 이어 오후2~3시엔 선수고 관중이고 모두 운동장으로 달려가야 하기 때문이다. 두 행사 모두 약 1천5백명 안팎이 참여하는데 이중 5백명 정도가 야구선수.프런트.감독.코치.야구기자등이고 나머지 1천여명은 모두 티켓을 사서 입장한 야구팬들이다.
화려한 헤드 테이블엔 전.현직 커미셔너,리그회장들,각 구단주,그리고 각팀 감독들이 부인과 함께 자리한다.
10~12명이 앉는 일반좌석엔 테이블마다 선수 한명씩이 자리를 같이해 동석한 팬들과 음식을 들며 얘기도 나누고 사인도 해주고 가벼운 선물도 준다.
여흥프로라야 딘 마틴이나 프랭크 시나트라 같은 야구광 가수가한 두명 나와 선수들과 함께 노래 한 두곡 부르는게 고작이다.
나머지 프로그램은 처음부터 끝까지 야구,야구얘기 뿐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와 야구팬들이 자리를 함께 한다는 점이다.
보고싶던 선수와 악수를 하고 식사를 같이하며,선수부인에게 요리는 어떤걸 잘 만드느냐고 묻는다.자연스럽게 팬과 선수가 한 가족이 되는 것이다.
올해 우리의 골든 글러브 시상식은 그 시끄럽던 TV중계가 없어졌다는 것.그리고 가수대신 현역선수들이 나와 가수 뺨치게 멋진 솜씨로 노래불렀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의 시상식과는 달리 매우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헤드 테이블에 전직 커미셔너가 한 사람도 없었다는 점,구단주가 단 한사람도 참석하지 않았다는 점등은 우리 프로야구의 현실을 대변하는 것 같아 씁쓸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순수한 야구팬이 신성일-엄앵란부부 말고는 한사람도 없었다는 점이다.모두 야구선수 아니면 구단관계자.야구기자.야구캐스터.심판.야구원로들 뿐이었다.
「집안잔치」라고 우긴다면 할 말은 없지만「관중이 왕」이라고 외칠땐 언제고 정작 큰 잔치엔 관중이 한명도 없는 건 또 무언가. 게다가 주현미라는 가수 하나 지각하는 것 때문에 5백여명의 참석자를 예정보다 30분 넘게 볼모로 붙잡아 놓는 진행은 또 무언가.
내년부터는 야구팬들과 선수가 한 가족처럼 모여앉아 즐겁고 흥겨운 시간을 가지는 그런 잔치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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