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특검법' 한나라 불참 속 통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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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이명박 특검법안'이 대선을 이틀 앞둔 1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임채정 국회의장이 법안을 직권 상정했으며 한나라당은 이에 반발해 불참했다. 대통합민주신당.민주노동당.민주당.국민중심당 의원들이 참석해 160대 0으로 가결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특검 도입 법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26일께 열릴 국무회의에서 특검법을 의결할 예정이다.

특검법안은 지지율 1위인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BBK 사건 연루 의혹을 특별검사가 재수사토록 하고 있다.

'이명박 특검법안'이 점화되자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이회창 무소속 후보에게 반부패, 공동정부 구성 연대를 제안했다. 이명박 대 반이명박 구도는 더 선명해졌다.

이명박 후보는 검찰로부터 무혐의 판단을 받은 지 12일 만에 다시 수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 후보는 당선되더라도 특검 수사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대선이 끝나도 특검법안 통과의 파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특검법이 통과됐지만 '이명박 대세론'을 유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의원들을 자기 지역구에 모두 내려 보내 마지막 표 지키기를 독려토록 하고 있다.

당 선대위의 한 핵심 관계자는 "득표율 50% 이상은 어려워질지 모르지만 '이명박 대세론'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특검법안 통과는 오히려 이명박 지지층의 결집을 강화해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신당과 이회창 무소속 후보 측은 전날 공개된 '이명박 BBK 동영상'으로 대반전이 시작됐다며 공세를 강화했다. 정동영 선대위의 민병두 전략기획본부장은 "'이명박 정권'은 임기 초반에 특검 탓에 좌초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이 후보 지지층이 흩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회창 무소속 후보 선대위의 류근찬 대변인도 "특검 통과를 계기로 '이명박 찍으면 정동영 된다'는 말이 떠돌아 보수 표들이 이회창 후보에게 쏠릴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이후 정국에 대해서도 후보 진영들의 전망은 엇갈렸다. 정동영.이회창 후보 측은 "만일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다 해도 내년 2월 25일 취임 전에 기소될 수 있다"며 "정상적인 직무 수행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별검사가 대통령 취임일 이전에 이명박 후보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특검법 조항을 염두에 둔 주장이다.

정치컨설턴트 윤경주 폴컴 대표는 "이명박 후보가 당선돼도 특검의 힘에 탄력을 받아 '이회창 신당'이 등장하고, 보수 진영은 두 개의 정당으로 나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이명박 후보는 당선 이후 검찰에 이어 특검에서까지 무혐의를 인정받아 오히려 강력한 통치력을 확보하고, 국정 운영에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명박 특검법=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BBK 사건에 연루되지 않았다는 검찰의 수사 발표에 불만을 가진 대통합민주신당이 '특별검사를 임명해 재수사를 해야 한다'며 제출한 법안이다. 법안 처리를 두고 두 당 간에 수차례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16일 이른바 '이명박 BBK 동영상'이 공개된 뒤 이 후보의 수용 방침에 따라 한나라당이 불참한 가운데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글=남궁욱.정강현 기자 , 사진=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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