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병원 관절치료센터 “수술만 잘한다고 名醫인가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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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호 14면

경희대병원 관절치료센터팀이 관절 모형을 보며 치료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경호 교수, 노정호 전임의, 정기연 전공의, 이정환 전임의, 송상준·배대경 교수. [신인섭 기자]

“집이 조금 낡았다고 허물지 않죠. 어떤 집은 페인트칠만 해도, 또 어떤 집은 리모델링만 해도 새집 못지않습니다. 전쟁에서도 육박전에 미사일을 쏠 필요가 있습니까?”
경희대병원 관절치료센터의 배대경 교수는 주택을 보수하거나 전투를 하는 데 여러 가지 방법이 있듯이 관절 치료에도 여러 ‘무기’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관절 치료에서 수술만 잘한다고 명의라고 할 수 없다”며 “환자의 나이, 병의 진행상태, 건강 정도, 경제력 등을 꼼꼼히 검토해서 최선의 치료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에서 일부 의사는 본인이 자신있는 치료 방법을 고집하고, 환자들도 ‘한 번 수술로 완치’ ‘빠른 치료’ 등의 허상 때문에 자신에게 맞지 않는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배 교수는 “인공관절 수술이 남발되고 있고, 정부도 이 수술을 많이 하면 좋은 병원인 양 평가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인공관절의 수명이 10년도 안 되던 것이 몇 년 새 15~20년으로 늘었으나 사람의 수명도 그만큼 늘고 있기 때문에 이 치료는 집을 새로 짓는 기분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수술을 받으면 뼈를 벌충하는 수술을 함께 받는 등 대수술이 되기 십상이라는 설명이다.

마찬가지로 의사에 따라 뼈 주사제, 특정 치료약 등을 만능으로 소개하지만 관절염 치료에서 만병통치약은 없으며 수많은 무기 중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가 치료 성과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경희대병원 관절치료센터는 우리나라 관절 치료 분야에서 뼈대와도 같은 역할을 해왔다. 1975년 김영롱 교수가 인공관절 수술을 도입했으며 유명철 교수(현 동서신의학병원장)가 바통을 이어받아 크게 성장시켰다. 80년 국내 최초로 관절 분야에서 세부전공을 도입했으며 동국대 이석현 의료 정책고문과 삼성서울병원 안진환, 고려대 구로병원 임홍철 교수 등 스타 교수들을 배출한 ‘사관학교’의 역할도 해왔다.

현재 무릎은 배 교수와 윤경호·송상준 교수, 어깨는 이용걸 교수, 엉덩이는 조윤제
교수가 담당하고 있다. 배 교수는 아시아·태평양무릎관절학회 회장을 맡고 있고 이 교수는 미국견주관절학회 국제회원으로 활동하는 등 구성원 모두가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센터에서는 수술방의 간호사들까지 매년 외국에서 열리는 학회에 참석하도록 해 ‘고수(高手)’로 키우고 있다.

배 교수는 “무릎관절염은 증세가 가벼우면 약물·물리·운동요법 등으로 치료하고 이보다 더 진행되면 관절 주위에 구멍 2~3개를 내고 내시경을 집어넣어 손상된 물렁뼈를 없애거나 꿰매 잇는 관절경 수술을 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뼈 주사가 만능 치료법으로 소개되고 있지만 이는 스테로이드 성분을 통증 부위에 넣는 것이라 장기적으로는 통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운동하다 다치거나 류머티스 관절염이 악화됐을 때는 관절경 수술을 하는 경우가 많고, 40대 이하가 무릎을 다치면 연골세포 배양이식이나 신체 다른 부위의 연골을 이식하는 방법으로 고친다.

나이가 들어 다리가 안으로 휘면서 무릎이 아프면 체중이 고루 가도록 뼈를 펴주기만 해도 통증이 줄어든다. 이 수술은 건축으로 치면 리모델링에 해당하는 셈. 배 교수는 이 수술에 필요한 장비와 도구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관절의 재건축’인 인공관절 수술은 65세 이상이고 연골 손상 부위가 크거나 다리가 심하게 휘었을 때 받는 것이 좋다.

어깨 관절 질환의 치료법도 다양하다.

이 교수는 “어깨가 아프면 오십견으로 지레짐작하는데 목이 원인인 경우가 더 많다”며 “목덜미에서 어깨까지가 아프면 목뼈 질환, 팔과 어깨가 맞닿는 곳이 아프면 어깨 질환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깨 이상은 관절에서 윤활유를 배출하는 관절주머니와 물렁뼈·인대·힘줄 등 어느 것이 탈 났느냐에 따라 치료법이 다르므로 자가진단보다는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절주머니가 쭈그러들어 팔을 못 움직이면서 아픈 오십견은 운동요법으로 고치는데 대부분 6주 정도면 증세가 크게 호전되고 1년 안에 낫는다. 탈구는 방향에 따라 치료법이 다른데 어깨가 앞쪽으로 빠지면 관절경으로 힘줄을 꿰매야 하지만 다른 쪽으로 빠지면 운동요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 어깨 관절이 부러졌거나 관절염이 심하면 인공관절 수술을 받는다. 또 엉덩이의 고관절은 뼛조각이 떨어졌거나 연골 부위가 찢어지면 관절경 수술로, 심하게 썩거나 닳으면 인공관절 수술을 한다.

조 교수는 “최근 가수 김경호가 걸린 대퇴골두무혈괴사는 20~40대 환자가 많은데 이 경우에 관절의 일부분만 바꾸는 부분치환술로 치료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현역 야구선수 중 부분치환술을 받고 복귀해 홈런을 친 경우도 있다는 것.

배 교수는 “관절염 환자가 편한 것만 좇으려고 해서는 안 되며 관절은 천천히 노화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여기에 맞춰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떤 경우에는 양쪽 다리를 한꺼번에 수술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지만 의사가 정성을 다해서 한쪽을 수술하고 경과를 보며 나머지 한쪽을 수술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좋은 경우도 많다고 한다.

“수술 많이 하는 병원이라고 좋은 것은 아닙니다. 경제에서도 대량으로 빨리 생산하면 경제성은 있지만, 명품을 만들 수는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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