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시민 발 묶은 무책임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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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전화 한통화=출근길 2만여명 시민의 발.」 쉽게 이해하기 힘든 등식이지만 5일아침 분당지역 교통대란을 몰고왔던 사고의 전말은 그랬다.
최근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모든 사고의 원인을 따져보면 다그렇듯이 분당선 전철 불통사태도 원인은 담당공무원들의 아주 사소한 부주의,무심함과 무책임 의식이었고 그것이 시민에게는 엄청난 불편과 고통을 안겨줬다.
사고원인은 보도된 대로 철도청이 수서~오리간 하행선 지하구조물 방수작업을 위해 전기공급을 중단했다 재공급하는 순간 전차선과 전동차를 연결해 주는 주회로 차단기가 내려졌으나 분당전동차사무소가 차단기를 다시 연결해 주지 않는 바람에 축전지가 밤새모두 방전돼 일어난 것이었다.
따라서 서울지방철도청 급전(給電)담당자가 분당기지에 『공사를하니 차단기를 다시 올려라』는 전화 한통화만 해줬더라면 교통대란은 애초에 막을수 있었다.
사고책임에 대한 양측의 발뺌은 더 가관이다.
『지난달 20일부터 매일새벽 기차가 안다니는 시간에 공사를 해왔고 공문으로 다 통보된 사실인데 분당기지는 뭘하고 있었던거냐.』(철도청) 『전동차 운행을 끝내고 평소와 같이 전화로 단전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분당기지) 양측 주장대로라면 사고는 결코 일어날수 없지만 그래도 사고는 발생했다.
이번 분당선사고는 국민이 항상 의아해 하던 점, 즉 사고는 쉴새없이 발생하는데 왜 책임질 공무원은 한사람도 없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양측 모두 『무엇이 문제였으며 사건 재발을 막으려면 어떤 개선책이 나와야 하는가』를 고민하기 보다 대충 얼버무리며 여론의비난이 잠잠해 지기만을 기다리는 양상이고 불행하게도 이같은 면피주의(免避主義)는 공무원사회에 만연돼 있다.
전동차 11대 66량을 관리하는 차량기지가 비상용 예비축전지한대 없어 사고가 나자 자동차용 축전지로 충전을 시도하다 시간만 보낸 사실등은 우리 공무원사회에 뚫려있는 「구멍」을 바라보는 것같아 허전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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