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외교관 집서 파양된 한국 아이 정상적 가족 대우 못 받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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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네덜란드 외교관 집안에 입양됐다가 지난해 파양(罷養:양부모와 입양한 자녀의 부모.자식 관계를 깨는 행위)된 한국인 여자아이 J양(8)이 입양 가정에서 정상적인 가족 대우를 받지 못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본지 12월 10일자 14면>

외교관 집에서 J양을 돌본 적이 있는 가사도우미는 13일 "아이는 항상 부모와 같이 있지 못했고 정상적인 가족으로 대우받지 못했다"며 "외교관의 아들(7)이 J양을 심하게 대하는 등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2002년 외교관 부부가 인도네시아에 근무할 때 J양은 대부분 현지 가사도우미가 길렀으며 어머니가 그를 안아준 적도 거의 없었다"고 덧붙였다. J양이 항상 말이 없고 조용한 성격을 가진 것도 이 같은 가정환경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특히 지난해 J양이 파양됐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놀랐다며 "당시 J양은 몸이 아팠는데 어떻게 아픈 자식을 포기할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홍콩의 아동심리 전문가인 페르난도 청치우헝 박사는 "아이들의 성격 형성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부모의 따듯한 관심이다. 처음에 말이 없던 J양이 지난 1년 동안 주위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 속에 치료를 받아 지금은 아주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J양을 입양한 네덜란드 외교관은 "입양이 처음부터 문제가 많았고 문화적 차가 심했다"며 "아내가 파양을 결정한 뒤 끔찍한 후유증에 시달려 치료를 받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 외교관은 2000년 서울에서 근무할 당시 대구의 한 보육원에서 4개월 된 J양을 입양했다. 입양 당시 그의 부인은 불임상태였으나 그뒤 치료를 거쳐 두 명의 아이를 낳았다. J양은 지난해 9월 파양돼 현재 홍콩 정부 사회복리서(社會福利署) 산하 한 보육원에서 지내며 새 입양 가정을 찾고 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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