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뚱보 유전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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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날씬할수록 오래 산다.같은 조건이라면 날씬하면 할수록 더욱좋다」-지난 30여년간 의학적 연구가 이루어낸 하나의 합의다.
비만은 「증세」로 불릴 만큼 인간의 의학적 운명에 큰 영향을미친다.과다체중은 당뇨병과 고혈압,그리고 일부 암까지 유발한다. 미국(美國)은 성인 세 명중 한 명이 체중과다인「뚱보사회」다.91년까지 10년동안 미국인의 평균체중은 8파운드(3.6㎏)가 늘었다.식이요법용 식품판매량은 90년이후 70%가 늘었다. 국민에게 권고하는「기준체중」도 갈수록 내려잡는다.하버드大 보건대학원의 최신 권고는 미국 농무부나 생명보험업계의 기준체중보다 20%가 다시 낮아졌다.키가 1m67㎝인 사람은 체중이 63㎏을 넘어서는 곤란하다.73㎏은 위험수위다.1m75 ㎝인 경우 67㎏이하가 바람직하고 78㎏이 위험수위다.
비만증세는 체내의 영양섭취와 에너지 소모량간의 불균형에서 비롯된다. 여러 동물들에 대한 실험결과 필요한 영양분만 공급하고여타 칼로리 섭취를 억제시킬 경우 훨씬 오래 산다는 것이 이론적으로 입증됐다.인간을 대상으로 이런 실험은 불 가능하다.
뉴욕 록펠러大 휴즈 의학연구소가 최근 생쥐 몸에서 발견한「뚱보 유전자」(obesity gene)가 의학계를 긴장시키고 있다.이「ob 유전자」는 자동조절기능을 훼방놓는 비정상적 유전자다.체내의 섭취량과 에너지 소모간의 균형은 두뇌가 조절한다.
지방세포들이 만든 단백질이 혈액을 타고 두뇌로 왕래하며 신호를 전한다.섭취량이 많아질 경우 식욕을 감퇴시키거나 신진대사를활성화해 칼로리를 빼도록 한다.
「뚱보 유전자」는 이 심부름꾼 단백질의 생성을 막아 신호를 차단한다.섭취가 초과해도 두뇌는 이를 알지 못한다.이 결과가 비만으로 처진다.
비만이 일부 유전성이란 시사는 있어왔지만 특정유전자로 구체화되기는 처음이다.비만증세는 환경적 요인에도 크게 영향을 받고 있어「뚱보 유전자」에 대한 과대평가는 금물이라고 한다.
유전공학으로 이 심부름꾼 단백질을 대량 생산,자동조절기능을 활성화하는 새 치료법은 촉진될 전망이다.
방심(放心)은 여전히 금물이다.이 연구를 지원한 미국 국립보건연구원은『새로운 이해의 토대가 마련됐지만 갈 길은 멀다.치료와 예방에 식이요법과 운동말고는 뾰족한 대안이 현재로선 없다』고 거듭 침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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