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초반의 대기업과장 B씨는 요즘 무척 심란하다.최근 인사이동에서 50세도 안된 부장이 3명이나 잘렸기 때문이다.세 사람중 특히 C부장과 친했던 그는 한창 일할 나이에 생계가 막막해진 C부장을 생각할 때마다 5~6년뒤의 자기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목에서 뜨거운 것이 치밀어오른다.
이러다 우울증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정신과를 찾아왔다는 B씨는 필자에게도 무척 어려운 환자였다.B씨의 문제는 개인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우리나라 산업구조와 인력관리구조 전반에 걸친 문제기 때문이다.
요행히 B씨는 승진을 거듭하거나 정년퇴직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의 동료들은 어느날 하루 아침에 실업자가 되거나잘되면 제과점체인 사장,양념치킨 사장으로 전업할 수도 있다.이모든 문제는 어떤 개인이 마음을 고쳐 먹거나 노력을 한다고 해서 쉽게 해결될 일이 아니다.
그는 외래를 몇 차례 다니면서 가벼운 우울증에서는 벗어났다.
그러나 정작 그 일로 우울하게 된 것은 필자 자신이었다.B씨의고뇌는 어차피 이 땅에 남자로 태어난 모든 사람들이 안고 있는고뇌기 때문이다.언제쯤 이 사회가 좀 수월히 살아 나갈 수 있는 사회가 될는지.병원에 있다 보면 B씨처럼 자신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고민에 빠져 찾아오는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그들중 일부는 완전히 사회로부터 도망나오기도 하고 일부는 그럭저럭견디며 살아간다.천국은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고 나 자신 속에있다는 어느 목사님 말씀이 가슴에 와 닿는다.직위.명예.부 어느 것도 참된 행복이 될수는 없다는 것을 새기면서 사랑.봉사.
정의.희망이라는 단어를 생각해보는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