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견>또 舊態.날치기통과-與野리더십에 문제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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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2일 밤 민자당의 예산안 변칙 통과까지의 국회상황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참담하다.『정치가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기는 커녕 막고있다』(徐鎭英고대교수.정치학)는 비판대로 정치현장을 지켜보는 전문가들은 우리정치의 낙후를 개탄하고 있다.
徐교수는『정치인들이 시대의 변화를 선도못하더라도 과거 방식에익숙한 구태(舊態)를 보여 착찹하다』고 했다.국회제도개선위의 멤버로 참여했던 서울대 김광웅(金光雄.행정학)교수는『제도개선을위해 국회법도 고쳤지만,정치개혁입법이 무슨 소 용 있느냐』고 답답해 했다.
경희대 나종일(羅鍾一.정치학)교수는『문민정부 이후에도 이런 일이 계속되는데 참담하다』면서『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외면과 냉소분위기가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극한의 사태전개에 대해 전문가들은『여야정상의 리더십에 문제가있다』(나종일교수)고 했다.徐교수는『민주당이 정치적 쟁점과 전략을 선택하는 과정이나,민자당의 대응전략은 정치권밖에 있는 사람이 이해하기 힘든 행태』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파행 원인을 우선 12.12문제를 오랫동안 강공으로 몰아붙인 민주당 이기택(李基澤)대표의 전략에 문제점을제기하고 있다.서울대 길승흠(吉昇欽.정치학)교수는『국정감사때 잘나갔던 민주당의 장기 등원거부가 1차적으로 지 나쳤다』고 했다. 吉교수는『12.12사태가 명분이 있었지만 정치적 목적이 가미됐기 때문에 국민에게 명분싸움의 이미지를 주지 못했고,국회등원 거부가 공감을 얻지 못했다』고 분석했다.나종일교수는『전술적인 측면에서 야당의 지도부가 상황판단을 잘못했다』고 했다.그럼에도 민자당의 변칙 처리에 대해서는『야당이 장외투쟁을 한다고여당 단독으로 변칙처리하는 것은 더 잘못』(김광웅교수)이라는 것이다.민주주의에 있어 과정의 중요성을 묵살했다는 것이다.
특히 민자당이 단독 통과의 명분으로 내건 예산처리의 법정시한(헌법규정)에 대해 金교수는『헌법준수도 정당하게 통과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면서『절차적 정당성을 갖지 못하면 합법화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춘구(李春九)국회부의장이 의사봉도 두드리지 않은데 대해 金교수는『과거에는 의사봉이 없으면 다른 것 갖고 두드렸다.국회가존중해야할 격식과 전통이 무너져가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吉교수는『헌법준수라고 하지만 민자당이 타협쪽으로 나가지 않은것이 잘못』이라면서『문민정부로서 야당투쟁에 인내심을 갖지 못한것은 유감』이라고 했다.
羅교수는『여러가지 정치수단을 갖고있는 여당이 정치력을 발휘하지 않고 강행처리하는 것은 군사정권의 맨털리티와 다를바 없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여야의 리더십이 진정한 동반자 관계로 격상.설정되지 못한데 따른 우리정치의 한계로도 이번 상황을 진단하고 있다.羅교수는『청와대가 이기택대표를 정국관리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것도 정국의 안정적 기조를 흔드는 것』이라며 ,金교수는『정치는 마주보고 하는 것이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朴普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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