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앞세운 휘몰아치기-김대통령 强手배경과 여당입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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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예산안의 법정시한내 국회통과를「헌법사항」임을 강조했다.따라서 예산안의 변칙통과는 법을 만드는 국회가 헌법사항을 지키지 않는데 대한 金대통령의 경고성 메시지조차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 金대통령은 3일낮 세계화 추진을 위한 고위당정회의를긴급 소집했고 민자당은 청와대와 협의아래「집권여당의 의무를 다한 책임있는 선택」이란 내용의 對국민 설득용 광고를 3일 석간신문부터 싣기 시작했다.
야당이 원외투쟁을 벌이는 명분으로 삼고있는 검찰의 12.12기소유예조치에 대해『이 문제는 89년 4당대표의 합의로 정치적매듭을 지은 바 있다.과거 때문에 미래를 희생시킬 수는 없다』는 논리로 반박한다.
결국 金대통령은 향후 정국을 세계화의 시대적 필연성을 강조하고 획기적인 대책을 내놓는 식의 특유의 휘몰아치기로 주도해 나가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이런 구상은 이미 지난달 亞太3국 순방과 亞太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 참석을 계 기로,어떤 의미에서는 출국 이전부터 가다듬어온 것으로 보인다.귀국하면서 이기택(李基澤)민주당대표의 여야영수회담 제의를 일축해버린 것도같은 맥락이다.12.12라는 과거사에 발목잡혀 정국이 질척거리는 상황을 그냥 두고보지 않겠다는 의 지의 표현이다.
그렇다고 여권은 세계무역기구(WTO)가입 비준안의 통과나 민생.제도개선 관련법안까지 단독으로 밀어붙이진 않겠다는 생각이다.여권 고위관계자는『8일 WTO관련 국회공청회가 예정돼 있고 12일이면 12.12사태의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만 큼 야당의 태도변화를 지켜보겠다』고 말한다.
명분이 충분히 축적돼 있다고 판단해 예산안을 통과시켰듯 또다시 명분이 축적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자세다.또 여권은 야당의등원에 대해 의외로 낙관적이기도 하다.정기국회를 끝까지 거부할경우 야당은 내년 지자제선거 때까지 국회를 정 상화할 명분을 찾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어떤 명분을 찾아서든 등원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金대통령은 세계화의 구호아래 조만간 대대적인 개각과 당직 개편,청와대 조직개편등을 통해 국정 전반에 새 바람을 일으킨 뒤내년6월의 지자제 선거에 임하려는 복안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청와대 구상에 따라 민자당도 야당과의 관계에서 갈길을 가겠다는 자세다.어차피 야당내부가 복잡하게 돌아갈 것이기때문이다.내버려 두는게 야당의 내부갈등을 오히려 촉진시킬수 있다는 판단인 것이다.
따라서 민자당 당직자들은 향후 정국의 변화는 야당의 변화에 달려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야당쪽에 얼굴을 돌리지 않겠다는의미다.박범진(朴範珍)대변인은 3일 이와 관련,『우리는 법을 지킨다는 자세로 일관했고 따라서 야당이 어떻게 응해오느냐에 따라 우리의 태도도 바뀔수 있다는 게 민자당의 기본입장』이라고 말했다.정치적 흥정도 필요없다는 판단인 것이다.
다만 일정기간 냉각기를 갖는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WTO가입동의안 처리문제에 대해서는 신축적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이한동(李漢東)총무는 3일『WTO문제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야당내부가 어떻게 정리되는지 두고보자』고 말했다.민자당은 어차피 연말개편을 통해 새 진용을 갖추 게 되어 있다.새 얼굴들이 새로운 대야관계를 구축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金斗宇.李年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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