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 인턴기자] 자동차 산업현장을 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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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 19년 만에 수출용 차량을 이처럼 많이 조립하기는 처음입니다. 반면에 내수용 차량을 이처럼 적게 만져보기도 처음이죠."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조립라인에서 만난 한상길 반장은 자동차 내수시장의 부진을 절감하고 있다.

16일 오후 평택항에서는 현대차를 가득 실은 다국적 해운사인 '유코카캐리어스'의 '허드슨 리더호(號)'가 미국으로의 출항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틀 전 울산항에서 차량을 실은 이 배는 아산공장에서 생산된 그랜저XG와 EF쏘나타 2천여대를 추가로 선적했다. 이 배는 다음달 초 미국 동부 볼티모어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수출 선적을 담당하는 현대차 이성수 과장은 "한달에 12척 정도 평택항에서 출항하던 수출선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15척 이상으로 늘어났다"며 "수출이 내수의 몫을 대신하고 있지만 원화 강세 등으로 인해 수출만 바라보기도 불안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차 신갈출고센터에는 내수용 차량 재고가 갈수록 쌓이고 있었다. 신갈출고센터 조유근 소장은 "적정 재고량은 1천대지만 각 공장에 내수용 차량을 쌓아둘 때가 마땅치 않아 추가로 2백여대를 받아놓은 상태"라며 "외환위기 때 못지않은 불경기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수출은 지난해 사상 처음 1백만대를 돌파했지만 내수는 경기 부진의 영향을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 업계 전체 성적도 마찬가지다. 수출은 전년보다 33.7% 늘었지만 내수는 19.0% 줄었다. 불황에다 지난해 여름 발생한 노사분규와 단 2대(기아 오피러스.쎄라토)에 그쳤던 신차 출시 부진이 겹친 탓이다.

이런 상황은 올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수출 5.3% 증가, 내수 38.2% 감소'라는 현대차의 1월 판매실적이 이를 잘 보여준다. GM대우차.기아차.쌍용차.르노삼성차가 겪는 내수 부진도 이에 못지않다. 현대차는 이런 상황을 바로 생산라인에 반영했다. 그랜저XG와 EF쏘나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은 이미 지난해 8월부터 내수와 수출용 차량의 생산비율을 2대1에서 1대1로 조정했다.

아산공장 구진우 총무부장은 "내수 부진이 계속된다면 그 비율이 1대2로 역전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앞바퀴와 뒷바퀴가 동시에 움직여야 자동차가 굴러가듯 내수와 수출 둘 다 잘돼야 현대차와 국내차 업계가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산.평택.신갈=강병철 기자.윤나경 인턴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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